35년 셔틀, 30번째 만남 — 한일 국세청장 회의에서 달라지는 것들 (2026년 6월 25일)



셔틀외교라는 말은 보통 대통령이나 총리 얘기를 할 때 씁니다. 그런데 세금 분야에도 35년째 이어온 셔틀외교가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 국세청장이 서울과 도쿄를 번갈아 오가며 직접 만나는 것입니다.

임광현 국세청장은 지난 24일 서울에서 에지마 가즈히코 일본 국세청장을 초청해 제30차 한일 국세청장 회의를 개최했습니다. 양국 국세청은 1991년 첫 청장 회의를 가진 이래 35년간 협력과 교류를 이어오고 있으며, 올해 뜻깊은 30번째 회의를 맞았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무엇이 달라지기로 했는지, 일본에 있는 한국 기업과 교민에게 어떤 도움이 오는지, AI와 역외탈세 대응은 어떻게 이어지는지 정리했습니다.


1991년부터 35년 — 이 셔틀외교가 중요한 이유


한국과 일본은 교역 규모 2위권의 핵심 경제 파트너입니다. 두 나라 사이에는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이 오가고, 수천 개의 기업이 서로의 나라에 진출해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세금 문제가 필연적으로 생깁니다. 어느 나라에서 세금을 내야 하는지, 이중과세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조정하는지, 세금을 내지 않고 해외로 도망간 체납자 재산을 어떻게 환수하는지.

이런 문제들을 국세청장들이 직접 만나 의제로 올리고 협력 방안을 합의한다는 것 자체가 다른 나라 관계에서는 흔치 않습니다. 임광현 청장은 "그간 양국이 정보교환, 징수공조, 상호합의 등 여러 분야에서 다져온 협력관계가 서로의 세정발전과 조세채권 확보에 크게 기여했다"고 평가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 달라진 것 — 정보교환 실무자 회의 정례화


가장 실질적인 변화입니다. 양국 청장은 정보교환 협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그동안 비정기적으로 실시해오던 정보교환 실무자급 회의를 정례화하기로 합의했습니다.

'비정기적'이었다는 것은 필요할 때만 만났다는 뜻입니다. '정례화'는 필요가 없어도 정기적으로 만나서 정보를 공유한다는 뜻입니다. 실무 담당자들이 주기적으로 만나면 문제가 생겼을 때 해결 속도가 빨라지고, 새로운 탈세 유형 같은 민감한 정보도 더 빠르게 공유됩니다.

실제로 이 정보교환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것이 매년 열리는 감사장 수여입니다. 양국은 매년 정보교환을 통해 체납자의 해외재산 환수와 역외탈세 조사에서 거둔 성과를 기리기 위해 정보교환에 가장 크게 공헌한 상대국 직원에게 감사장을 수여하고 있습니다. 이번 회의에서도 양국 국세청 직원 각 1명에게 청장 명의 감사장이 전달됐습니다.


OECD 체납세금 관리 협의체 공동 참여


징수공조 분야에서도 한 단계 올라갑니다. 한일 국세청은 체납관리와 징수공조 협력수준을 한 차원 더 높이기 위해 OECD 체납세금 관리 협의체(TDMN)에 공동으로 참여하기로 합의했습니다.

이 협의체는 OECD 조세행정포럼 산하에 설치돼 과세당국 간 조세채권 관리와 국제징수 공조정책 및 행정경험을 공유하는 기구입니다. 아시아에서는 지금까지 일본과 싱가포르만 참여하고 있었는데, 한국이 일본과 함께 이 협의체에 들어가기로 한 것입니다.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해외로 재산을 빼돌리고 세금을 내지 않는 고액 체납자를 잡는 데 한국과 일본이 더 촘촘하게 협력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협력이 OECD라는 다자 틀 안에서 이루어지면 한국과 일본을 넘어 다른 나라들과의 연계도 더 쉬워집니다.


일본 진출 기업과 교민 — 세금수호천사팀의 현지 활동


일본에 진출한 우리 기업과 교민에 대한 세정지원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습니다. 임광현 청장은 지난달 일본에서 진행된 '세금수호천사팀'의 현지 세무설명회를 소개하고, 향후 우리 기업과 교민에 대한 일본 국세청의 관심과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세금수호천사팀은 국세청이 해외에 파견하는 현지 세무지원 전담 팀입니다. 일본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현지 세무 신고나 이중과세 문제로 어려움을 겪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창구 역할을 합니다. 이번 회의에서 임 청장이 직접 일본 청장에게 우리 기업들에 대한 협조를 요청했다는 것은, 일본 세무당국의 협력을 공식적으로 끌어낸 것입니다.

또한 임 청장은 일본과의 상호합의 회의가 가장 내실 있고 활발하게 진행되는 데 대해 감사의 뜻을 표하고, 앞으로도 양국 기업이 이중과세 부담에서 벗어나 본업에 집중하는 데 도움을 보태자고 제안했습니다.


AI와 역외탈세 — 함께 대응하기로 한 새로운 과제


임광현 청장은 "향후 AI 등 새로운 도전과제도 상호협력을 통해 긴밀하게 대처하자"고 제안했고, 에지마 청장도 이에 화답했습니다.

세금 분야에서 AI 협력이 왜 중요할까요. AI는 대량의 금융 데이터를 빠르게 분석해 탈세 패턴을 찾아내는 데 이미 쓰이고 있습니다. 한국 국세청도 AI를 활용한 세금 분석 시스템을 운영 중입니다. 그런데 역외탈세는 두 나라 이상을 넘나드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 나라의 AI 시스템만으로는 전체 그림을 볼 수 없습니다. 한일이 AI 분석 방법론과 탈세 패턴 데이터를 공유하면 더 효과적인 대응이 가능해집니다.

아울러 양국 국세청은 인적·물적 교류가 활발한 한일 관계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역외탈세 등 조세범죄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의 긴밀한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한일 정상 셔틀외교와 맞닿은 타이밍


지난달 한일 정상 셔틀외교 이후 양국 간 전략적 소통과 실질 협력이 한층 강화될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24일 서울에서 한일 세정당국이 셔틀외교를 이어갔습니다.

정치적 셔틀외교가 이루어진 지 한 달 만에 세정 분야 셔틀외교가 바로 뒤를 따랐습니다. 정상 간 합의가 실무 협력으로 이어지는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에지마 일본 국세청장도 한국 국세청의 초청에 감사를 표하고 이번 회의를 계기로 양 기관의 우애가 한층 더 돈독해지기를 바란다고 화답했습니다.


일본에서 사업하거나 거주하는 한국인이 알아두어야 할 것


이번 회의의 결과가 실생활에 미치는 영향을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이중과세 문제 해결이 빨라집니다. 한국과 일본 양쪽에서 세금을 냈다면 상호합의 절차를 통해 조정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회의로 이 절차가 더 원활해질 것으로 기대됩니다.

일본 현지 세무설명회 정보를 챙기는 것이 좋습니다. 세금수호천사팀이 일본 현지에서 세무설명회를 진행한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는 분들이 많습니다. 국세청 홈페이지나 재일 한국 상공회의소를 통해 다음 설명회 일정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해외 체납 관련 추적이 강화됩니다. 세금을 내지 않고 일본으로 건너간 경우, 한일 정보교환 실무자 회의 정례화로 추적망이 더 촘촘해집니다. 반대로 한국에 있는 정당한 재산이 일본 과세당국에 의해 오해받는 상황이 생기면 더 빠르게 해소될 수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taxtimes.co.kr/news/article.html?no=275685 (한국세정신문, 2026.06.25 10:00, 기자: 오상민,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fdaily.co.kr/news/article.html?no=109031 (파이낸셜데일리, 2026.06.25, 기자: 강철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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