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정부가 개인과 기업에 깎아주는 세금이 올해 처음으로 80조원을 넘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정부는 이 80조원 구조를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관행적으로 연장되던 비과세·감면 항목들이 실제로 정책 효과가 있는지, 이대로 계속 늘려도 괜찮은지 물음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정부는 올해 약 80조원 규모의 조세지출에 대한 전면 재검토 방침을 세우고 비과세·감면 제도 정비 작업에 착수한 상태입니다. 효과성이 낮거나 정책 목적이 상당 부분 달성된 조세특례는 폐지·축소하거나 재설계하는 방안을 추진 중입니다.
세금을 덜 걷는 것과 직접 돈을 주는 것, 어느 쪽이 더 효과적인가. 그 답이 정책 방향을 바꾸고 있습니다.
80조원이 됐다 — 국세감면 역대 최대의 배경
2026년 조세지출 기본계획에 따르면 올해 국세감면액은 80조5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전망입니다. 2024년 70조5000억원에서 2025년 76조5000억원, 2026년 80조5000억원으로 증가 흐름을 이어갑니다.
국세감면율은 16.1%로 법정 관리 한도인 16.5% 내에 머물지만, 감면 규모 자체가 빠르게 늘면서 재정 부담과 총량 관리 압박도 커지고 있습니다.
최근 10년 평균 국세감면액 증가율은 8.2%로, 같은 기간 국세수입액 증가율 5.2%를 웃돌았습니다.
세금 걷는 것보다 깎아주는 것이 더 빠르게 늘고 있습니다. 이 흐름이 계속되면 중장기적으로 재정에 부담이 된다는 것이 정부 내부 판단입니다.
일몰 특례 79건 전면 정비 — 관행적 연장 끊는다
올해 일몰이 도래하는 조세특례 79건을 전면 재검토하고 '일몰 1회 연장 후 폐지 원칙'을 도입하며 관행적 감세 연장에 제동을 걸겠다는 방침입니다.
지금까지의 관행이 어땠는지를 알면 이 원칙이 얼마나 큰 변화인지 이해됩니다. 일몰이 도래한다는 것은 원래 그 혜택이 끝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이해관계자들의 반발과 정치적 부담 때문에 대부분 연장됐습니다. 한 번 생긴 세금 혜택은 없애기가 매우 어렵다는 게 수십 년간의 경험이었습니다. 이번에 그 관행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입니다.
앞으로는 신규 감면을 도입할 때뿐만 아니라 기존 감면을 연장하려는 경우에도 세수 감소를 보완할 재원 대책을 함께 제시하도록 해, 부처 차원에서 감면 확대와 재정 확충을 동시에 고려하도록 유도할 계획입니다.
"세금 깎아줘도 효과 없다" — 구윤철 부총리의 진단
이번 재검토의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주는 발언이 있습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이재명 대통령이 주재한 K-조선 미래비전 간담회에서 국내생산촉진세제와 관련해 "이익이 안 나면 세금을 감면해줘봤자 효과가 없다"며 초기 적자기업 대상 보조금 지급 방안을 기획예산처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이 핵심을 찌릅니다. 세금 감면은 세금을 내는 기업이나 개인에게만 의미가 있습니다. 적자 기업은 법인세를 내지 않으니 세액공제 혜택이 아예 작동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2023년 반도체 불황으로 대규모 적자를 기록해 2024년 법인세 납부액이 0원이었습니다. 세금이 0원인 기업에게 세금 감면 혜택을 주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왜 세제 대신 보조금인가 — 취약계층 문제도 같은 논리
같은 논리가 취약계층 지원에도 적용됩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중동 사태 대응 과정에서 유류세 인하와 관련해 광범위한 조세지출보다는 재정지출을 통한 취약계층 선별 지원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습니다.
이재명 정부가 조세지출보다 재정지출을 상대적으로 선호하는 배경에는 세액공제의 대상이 한정적이라는 데에서 기인합니다. 지난해 기준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중은 32.5% 수준으로, 세액공제 방식만으로는 실제 지원이 필요한 취약계층에 혜택이 충분히 돌아가기 어렵다는 지적입니다.
예를 들어 자녀 세액공제를 한다면, 소득이 낮아서 세금을 내지 않는 가정은 혜택을 받지 못합니다. 세금 낼 여력이 있는 중산층 이상에게 혜택이 집중됩니다.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세금 감면보다 직접 현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입니다.
미국 IRA식 환급형 세제는 도입 어렵다 — 재정 부담 문제
그렇다면 미국처럼 세액공제가 납부세액보다 크면 차액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환급형 세제'를 도입하면 어떻까 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옵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식 환급형 세액공제를 도입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환급형 세제를 도입하면 투자 확대와 경기 둔화가 동시에 발생하는 시기에 정부 재정 부담이 급격히 커질 수 있습니다. 기업 실적 악화로 법인세는 덜 걷히는데, 동시에 정부가 현금 환급까지 지급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세수 변동성을 과도하게 키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가 검토하는 방향은 환급형 세제 대신 예산을 통한 직접 보조금 지급입니다. 세제 개편이 아니라 예산 지출로 처리하자는 것입니다.
교부세 문제 — 정부의 딜레마
재정지출 전환에는 구조적 걸림돌이 있습니다.
조세지출을 축소해도 추가세수의 상당 부분이 지방교부세로 자동이전된다는 점은 정부의 고민거리입니다. 내국세의 약 40%는 지방교부세와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재원으로 자동 배분됩니다.
조세지출을 줄여서 세수가 늘어나더라도 그 40%는 지방으로 나가버립니다. 중앙정부가 그 재원으로 경제안보 투자를 하거나 취약계층 지원을 늘리려 해도, 실제로 쓸 수 있는 재원은 증가분의 60%에 불과합니다. 이 구조를 어떻게 풀 것인지가 세제개편과 함께 논의해야 할 과제입니다.
7월 세제개편안이 핵심 분기점
오는 7월 발표될 세제개편안에서는 정책 효과를 높이기 위해 비효율적인 조세지출을 정비하고, 이를 직접 재정지원 방식으로 전환하는 작업이 주요 과제로 부상할 전망입니다.
이번 기본계획에서 제시된 원칙과 장치들이 올 하반기 세법 개정안과 국회 심의 과정에서 얼마나 관철될지가 향후 조세지출 구조개편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세금 감면을 받고 있는 분들이 알아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일몰이 와도 어떻게든 연장됐지만, 이번엔 다릅니다. 정부가 이번에는 실제로 폐지하겠다는 의지를 공식화했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이 받고 있는 세금 혜택이 올해 일몰 대상인지 확인하고, 7월 세제개편안 발표를 주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혼인·자녀 세액공제는 어떻게 되나
원고에서 언급된 혼인·자녀 세액공제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될지는 7월 세제개편안이 나와봐야 알 수 있습니다. 다만 방향은 이미 나와 있습니다.
세금을 내는 사람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세액공제보다, 실제로 지원이 필요한 저소득층 가구에 직접 지원하는 방식이 더 효과적이라는 게 현 정부의 판단입니다. 혼인·자녀 지원 자체를 없애는 게 아니라, 지원 방식을 세액공제에서 현금 지원이나 서비스 제공으로 전환하는 방향으로 검토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 변화가 나에게 미치는 영향 — 실질적 체크포인트
개인 세금 절세 전략을 세우고 있다면 지금 받고 있는 비과세·감면 혜택 목록을 한 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특히 다음 세 가지를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째, 현재 받고 있는 세액공제·감면 항목 중 일몰 기한이 있는 것이 무엇인지 파악합니다. 국세청 홈택스에서 연말정산 공제 항목별 일몰 여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둘째, 소득이 낮아 세금을 거의 내지 않는다면 세액공제보다 정부 보조금·수당 방식의 지원을 더 적극적으로 찾아보는 것이 유리합니다. 이 방향으로 정책이 바뀌면 직접 수혜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7월 세제개편안 발표 후 해당 내용이 연말정산에 반영되는 시점을 확인합니다. 세법 개정은 보통 다음 해 과세분부터 적용되므로 2026년 귀속분은 2027년 초 연말정산에서 확인하게 됩니다.
조세지출 재검토는 단순히 세금을 더 걷겠다는 게 아닙니다. 효과 없이 흘러나가는 80조원을 효과 있는 곳에 쓰겠다는 것입니다. 방향은 맞지만 그 과정에서 기존에 받던 혜택이 줄어드는 사람도 생깁니다. 7월 세제개편안이 나오기 전까지, 지금 본인이 받고 있는 세금 혜택을 다시 한 번 확인해두는 것이 현명한 대비책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fnnews.com/news/202605150605523191
(파이낸셜뉴스, 2026.05.15 06:05,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newspim.com/news/view/20260509000054
(뉴스핌, 2026.05.14, 일몰조세 특집 시리즈)
https://m.segye.com/ampView/20260331518539
(세계일보, 2026.03.31, 조세지출 기본계획 의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