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헤드라인만 보면 헷갈립니다. "이자이익 역대 최대"라는 말과 "순이익 감소"라는 말이 같은 기사 안에 나란히 나옵니다. 이자로 역대 가장 많이 벌었는데 순이익은 왜 줄었냐는 거죠.
금융감독원이 5월 20일 발표한 '2026년 1분기 국내은행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18개 국내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6조7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6조9000억원 대비 3.9% 감소했습니다. 1conomynews
순이익이 줄었다는 숫자가 전부인 것 같아도, 그 안에 이자이익·비이자이익·채권 손실이라는 세 가지 흐름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 구조를 이해하면 지금 은행권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가 보입니다.
이자이익 15조8000억원 — 역대 최대의 배경
올해 1분기 국내 은행의 이자이익은 15조8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원(6.4%) 증가했습니다. 분기 기준 종전 최대였던 2022년 4분기(15조4000억원)보다도 4000억원 많은 수치입니다. Newspim
역대 최대 이자이익은 두 가지가 맞물린 결과입니다.
대출 규모가 늘었다
이자 소득이 발생하는 이자수익자산 평균잔액이 3556조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162조원 넘게 증가했습니다. Newspim
기업 대출, 가계 대출, 주택담보대출 등 은행이 운용하는 자산 규모가 162조원 더 늘었다는 뜻입니다. 빌려준 돈이 많아질수록 이자 수입도 함께 커집니다.
금리도 올랐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순이자마진(NIM)이 1.56%로 전년 동기 대비 0.03%포인트 상승했습니다. Newspim
NIM은 은행이 돈을 운용해서 얼마나 마진을 남기는지를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0.03%포인트 올랐다는 게 작아 보여도, 3556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자산에 곱하면 1조원이 넘는 이익 증가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왜 순이익은 줄었나
비이자이익 35.6% 급감이 모든 것을 설명한다
이자이익 상승에도 비이자이익이 크게 줄면서 당기순이익은 감소했습니다. 비이자이익은 1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6% 줄었습니다. 시장금리 상승으로 채권 평가손실이 커지면서 유가증권 관련 이익이 3조6000억원 감소하며 적자로 전환된 것이 결정적 요인입니다. Inthenews
채권과 금리는 반대로 움직입니다. 금리가 오르면 채권 가격이 내려갑니다. 은행들이 보유하고 있는 국채나 회사채 가격이 금리 상승과 함께 일제히 내려가면서 평가손실이 생긴 겁니다.
쉽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대출로는 돈을 더 많이 벌었는데, 갖고 있던 채권의 장부 가치가 뚝 떨어졌습니다. 대출 수익이 늘어난 것보다 채권 손실이 더 크게 나면서 전체 순이익이 줄어든 것입니다.
판관비도 늘었다
판매·관리비는 7조2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증가했습니다. 인건비(4조3000억원)가 3.5%, 물건비(2조8000억원)가 8.4% 각각 늘었습니다. Newspim
희망퇴직 비용 등이 반영된 인건비와 IT 시스템 투자 등 물건비가 동시에 올랐습니다. 수익이 늘어도 비용이 더 빠르게 늘면 순이익은 줄어들 수밖에 없습니다.
은행별 희비 — 인터넷은행만 웃었다
일반은행 순이익은 4조3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6% 증가했습니다. 특히 인터넷은행의 순이익 증가율은 45.3%에 달해 업계에서 가장 두드러진 성과를 냈습니다. 반면 특수은행 순이익은 2조4000억원으로 12.3% 감소했습니다. Inthenews
인터넷은행이 45% 넘게 순이익이 늘었다는 것은 주목할 만한 수치입니다. 지점이 없으니 판관비가 적고, 모바일 대출 확대로 이자이익이 빠르게 성장하는 구조입니다. 반면 산업은행·기업은행 같은 특수은행은 정책금융 성격상 채권 보유 비중이 높아 금리 상승 국면에서 평가손실 타격이 더 컸습니다.
수익성 지표도 일제히 하락
1분기 중 국내 은행의 총자산순이익률(ROA)은 0.64%로 전년 동기 대비 0.07%포인트 하락했고, 자기자본순이익률(ROE)은 9.57%에서 8.68%로 0.89%포인트 하락했습니다. Newspim
ROA와 ROE가 동시에 하락했다는 것은 같은 자산과 자본으로 전보다 더 적은 이익을 냈다는 의미입니다. 이자이익 역대 최대라는 수식어에 가려진 수익성 악화 신호입니다.
건전성은 버텼다 — 연체율 소폭 상승
대손비용은 1조4000억원으로 작년 1분기보다 16.2% 줄었습니다. Inthenews
대손비용이 줄었다는 것은 대출 부실로 손실 처리하는 금액이 줄었다는 의미입니다. 고금리 환경에서 대출자들이 이자를 감당하며 버티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지방은행 연체율이 1%를 넘어선 상황과 맞물려 향후 건전성 우려가 잠재돼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의 흐름은
금감원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증대되는 상황임을 감안해 예상치 못한 충격에도 건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며 "견조한 수익성을 바탕으로 생산적 금융 및 포용금융 등 사회적·공적 책임을 충실히 이행하도록 지속 독려하겠다"고 밝혔습니다. Inthenews
두 가지 방향에서 은행 수익성을 좌우할 변수가 남아 있습니다.
금리가 더 오르면 이자이익은 계속 늘겠지만 채권 평가손실도 함께 커집니다. 3분기 중 기준금리 인상이 유력하다는 시장 전망이 맞는다면, 2분기에도 비슷한 구조가 반복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중동 전쟁 장기화로 인한 실물 경기 악화가 가계·기업 대출 부실로 이어진다면
대손비용이 다시 올라갈 수 있습니다. 이자이익 최대라는 타이틀이 내년에도 유지될
수 있을지는 이 두 가지 변수가 결정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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