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2030세대 이탈 현상
한국은행에서 젊은 직원들의 퇴사가 급증하고 있습니다. 2023년 중도퇴직자 37명 중 27명이 30대 이하로 전체의 73%를 차지했습니다. 2021년부터 2023년 상반기까지 2년 반 동안 한국은행을 떠난 젊은 직원은 총 52명으로, 전체 중도퇴직자 80명의 65%에 달합니다. 청년 직원 이탈률은 2019년 60%, 2020년 64%로 해마다 증가하고 있습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2022년까지만 해도 20대 이하 퇴직자가 거의 없었지만, 2022년 5명으로 증가하며 새로운 변화의 신호탄이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과거 2013년에는 퇴사자 24명 중 40대와 50대가 15명으로 63%를 차지했던 것과 정반대의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시중은행 대비 낮아진 처우 수준
한국은행 인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은 시중은행과의 연봉 격차입니다. 2023년 한국은행 직원 평균 연봉은 1억 740만원으로, KB국민은행 1억 2,292만원, 신한은행 1억 1,297만원, 하나은행 1억 1,935만원, 우리은행 1억 1,057만원, NH농협은행 1억 1,878만원보다 낮습니다.
2018년까지만 해도 상황은 달랐습니다. 당시 한국은행 평균 임금은 9,940만원으로 신한은행 9,863만원, 하나은행 9,590만원보다 높았습니다. 그러나 2020년부터 2023년까지 한국은행의 임금 인상률은 0.7%에서 1.2%에 불과했고, 같은 기간 시중은행은 1.8%에서 3.0%를 기록했습니다.
성과급 차이도 큽니다. 2023년 5대 시중은행 성과급이 900만원에서 2,300만원 수준이었던 반면, 한국은행 직원 평균 성과급은 180만원에 그쳤습니다. 신입사원 평균 보수도 2022년 기준 5,176만원으로 시중은행보다 낮은 수준입니다.
국내 기업들의 MBA 연수 지원 제도
국내 대기업, 금융기업, 공기업들은 우수 직원을 선발하여 해외 MBA 연수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공기업의 경우 5년에서 10년차 연봉을 그대로 지급하면서 MBA 학비와 현지 생활비를 추가로 지원하는데, 기업 입장에서는 연간 1억 5,000만원에 가까운 비용을 부담하게 됩니다.
대기업은 주로 미국 상위 50개 MBA 프로그램을, 금융기업과 공기업은 미국 상위 100개 MBA 프로그램을 지원 대상으로 합니다. 중국 칭화대학과 베이징대학 MBA, 일본 도쿄대학과 와세다대학 MBA도 일부 포함됩니다.
한국은행도 매년 70여 명이 입행하면 그중 15명 내외의 직원들에게 1년에서 2년간 학비와 생활비를 지원하는 해외 학술연수 기회를 제공합니다. 이는 직원들의 역량 강화와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을 위한 중요한 투자입니다.
의무복무 제도와 실효성 문제
대부분의 기업들은 MBA 연수 지원 시 의무복무 기간을 설정합니다. 일반적으로 2년 해외 연수를 다녀오면 5년 동안 의무적으로 근무해야 하며, 이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교육비 등을 환입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이 실질적인 인력 유출 방지책이 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습니다. 이직을 염두에 둔 직원에게는 교육비 환입 조건이 큰 족쇄로 작용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MBA를 통해 더 나은 경력 기회를 얻은 직원들은 교육비를 반환하고라도 더 나은 처우를 제공하는 외국계 투자은행, 컨설팅 펌, 사모펀드 등으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일부 은행들은 장기 해외연수를 당초 목적인 인재 양성보다는 동기 부여나 인센티브 차원으로 인식을 바꾸고 있습니다. 그러나 막대한 투자 비용을 고려하면 당초 목적을 살리면서 최대 효과를 내는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는 지적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수 후 인력 활용의 문제점
MBA 연수를 다녀온 직원들이 조기 퇴사하는 또 다른 이유는 연수 후 인력 운용의 문제입니다. 해외 연수를 마치고 돌아와도 전문성을 발휘할 만한 적절한 자리가 생기지 않아 6개월 이상 영업점 등 다른 부서에서 대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또한 인사 고과는 최근 몇 년을 비중 있게 반영하기 때문에, 2년간 연수를 다녀온 직원은 오히려 승진 등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습니다. MBA를 다녀온 후 기대했던 보직이나 승진 기회를 얻지 못하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이직을 결정하게 됩니다.
한국은행 관계자에 따르면 전문 자격증을 가진 젊은 직원들이 투자은행으로 가거나 회계법인에 재취업하는 경우가 자주 발생하며, 박사 학위를 가진 경우 대학 교수나 연구원으로 이직한다고 합니다.
금융공기업의 경력직 채용 어려움
한국은행의 경우 최근 5년간 경력직 채용 예정 인원 96명 중 47명을 채용하지 못했습니다. 박사급 연구 인력은 42명을 채용하려 했지만 절반에도 못 미치는 20명만 채용했으며, 금융시장전문가와 전자금융전문가는 각각 5명과 4명 선발 예정이었지만 1명씩만 채용했습니다.
국책은행인 수출입은행과 산업은행에서도 2030대 이탈 현상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2023년 수출입은행 퇴직자 15명 중 60%가 30대 이하였고, 산업은행은 퇴사자 165명 중 57명이 2030대로 34.55%를 차지했습니다.
실효성 있는 개선 방안
인재 유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도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시중은행과의 연봉 격차를 줄이고 성과급 제도를 개선해야 합니다. 둘째, MBA 연수를 마친 직원들이 전문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적절한 보직을 신속하게 배치하는 인력 운용 시스템이 필요합니다.
셋째, 의무복무 기간 동안 추가 인센티브를 제공하거나 연수 이후 명확한 경력 개발 경로를 제시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넷째, 장기간 해외 연수보다는 짧은 기간의 실무 중심 프로그램을 늘려 업무 공백을 줄이고 실무 분야에서 집중적인 효과를 얻는 방식도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은행은 "대내외 의견을 폭넓게 경청해 직원들의 처우 수준을 포함해 일하기 좋은 조직문화 정착에 더욱 노력을 기울일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워라밸, 능력에 비례하는 승진과 인센티브 등 젊은 세대의 달라진 직장관을 반영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는 것이 시급한 과제입니다.
향후 전망
한국은행과 국책은행의 인재 유출 문제는 단순히 한두 기관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MZ세대의 변화된 직업관과 함께 공공부문 처우 수준이나 조직문화가 민간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습니다.
막대한 비용을 들여 인재를 양성했음에도 그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떠난다면, 이는 기관의 경쟁력 저하는 물론 국민 세금의 낭비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2030세대 이탈로 인한 세대 단절과 업무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처우 개선과 함께 실효성 있는 인재 관리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