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기 위한 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전국 여러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습니다. 전북자치도는 2025년부터 8개 군별로 1개 면씩을 선정해 2028년까지 3년간 시범 실시를 계획하고 있으며, 지급금액은 1인당 지역화폐로 매달 10만 원씩 연간 120만 원입니다. 이러한 사업이 지역 경제에 미칠 영향과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확산
전국적 추진 현황
경기도 연천군 청산면은 2022년부터 주민 모두에게 매월 15만 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이는 보편성, 무조건성, 개별성, 정기성, 현금성이라는 5가지 기본소득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입니다.
전북은 8개 면에서 기본소득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며, 1인당 월 10만 원씩 연간 190억 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순창군도 이러한 시범사업 지역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남도는 2025년 3월 1인당 연간 50만 원의 '전남형 기본소득' 지급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고 시범사업에 착수했습니다.
시범사업의 목적과 기대 효과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소멸위험이 있는 농촌지역 중 선정된 마을에 기본소득을 정기적으로 지급하고 효과를 실증하기 위한 사업입니다. 지역 소멸 우려가 있는 농촌지역을 대상으로 저밀도 경제 기반 사회의 대안을 확인하려는 데 그 의의가 있습니다.
연천군 청산면의 경우 시범사업 시행 후 인구가 7%가량 증가했으며, 동네 상권이 살아나고 일시적으로 인구가 늘어나는 효과를 거두었습니다. 이는 기본소득이 지역 활성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지역상품권 정책과 재정 부담
정부 예산 삭감과 지자체 부담 증가
지역상품권을 둘러싼 재정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정부는 2023년부터 2년 연속으로 지역사랑상품권 예산 전액 삭감을 추진했습니다.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본예산은 6,052억 원이었으나, 2023년 예산안 편성 과정에서 기재부는 행안부가 요구한 4,700억 원을 전액 삭감했고, 국회 심의 후 최종적으로 3,525억 원이 편성되었습니다.
추경호 부총리는 "지역화폐는 효과가 개별 지자체에 한정되는 지자체 고유 사무로, 국가가 나라 세금으로 전국 모든 지자체에 지원해주는 건 사업 성격상 맞지 않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러한 입장으로 인해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대응과 어려움
2023년 지역사랑상품권 예산이 전년보다 40% 넘게 줄어들자 여러 지자체는 상품권 할인율을 낮추거나 발행 규모를 축소했습니다. 지역사랑상품권은 통상적으로 국비와 지방비 지원을 통해 10% 할인된 가격으로 발행되는데, 국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지자체가 단독으로 부담해야 하는 비중이 늘어났습니다.
2025년 중앙정부 예산안에서는 지역사랑상품권이 0.3조원 삭감되었으며, 지방채 인수 금액도 2.6조원이 삭감되어 지방 재정에 큰 타격을 주고 있습니다.
재정자립도 악화 우려
전국 지자체의 재정 현실
2024년 전국 평균 재정자립도는 48.6%로 전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재정자립도는 자치단체 총수입에서 자체수입(지방세 + 세외수입)의 비중을 의미하는데, 이 수치가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어 우려가 큽니다.
농촌 지역의 재정자립도는 더욱 심각합니다. 순창군과 영양군 같은 농촌 지역은 대부분 재정자립도가 20% 미만으로, 중앙정부의 교부금과 보조금 없이는 자체적인 행정 운영이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시범사업이 재정에 미치는 영향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의 경우, 예산 부담을 어떻게 배분하느냐가 핵심 쟁점입니다. 만약 국비 지원 비율이 낮아 지자체가 예산의 대부분을 부담해야 한다면,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는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전북도 관계자는 "기본소득제는 보건복지부 사회보장제도 심의회를 거쳐야 하는 만큼 2025년 3월 신청서를 내고 협의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시범사업 추진에 있어 중앙정부와의 협의가 필수적임을 보여줍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논쟁
긍정적 측면
고려대 정부학연구소 논문에서는 "농촌기본소득사업과 같이 보편적인 기본소득의 제공이 농촌주민의 공동체 의식을 높이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단순히 경제적 지원을 넘어서 공동체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청산면 시범사업의 경우, 주민들이 농촌기본소득 지급 자체에 부정적인 반응은 거의 없었으며,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습니다.
우려와 과제
가장 큰 우려는 재원 마련입니다. 통계청의 2024년 농림어업 조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농가 인구만 200만 4,000명에 달합니다. 만약 전국적으로 확대할 경우 막대한 예산이 필요하며, 이를 어떻게 조달할 것인지가 핵심 과제입니다.
전북연구원 사설에서는 "재원 마련을 어떻게 할 것인지, 지속 가능성은 있는지 등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지적했습니다. 단기적인 효과는 긍정적일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제도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재원 확보 방안이 마련되어야 합니다.
순창과 영양의 사례
순창군의 재정 상황
순창군은 전통적인 농촌 지역으로, 장류산업을 중심으로 한 특화산업을 육성하고 있습니다. 2025년 순창군은 소상공인 경영안정을 위해 사업장 시설 개선과 고물가로 인한 경영난 해소를 위한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4년 순창군은 도내 최고액인 최대 3,000만 원까지 소상공인 시설개선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며, 총사업비는 5억 원이었습니다. 이러한 자체 지원사업도 재정에 부담이 되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기본소득 시범사업은 재정 압박을 가중시킬 수 있습니다.
영양군의 도전
영양군은 경북 북부의 대표적인 농촌 지역으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심각한 지역입니다. 재정자립도가 매우 낮은 영양군의 경우, 기본소득 시범사업 참여 시 중앙정부와 도의 지원이 절실합니다.
만약 국비 지원 없이 지자체가 독자적으로 시범사업을 추진한다면, 다른 필수 행정서비스 예산을 삭감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결국 주민 복지의 전반적인 질 저하로 이어질 우려가 있습니다.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협력 모델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중앙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지원이 필수적입니다. 시범사업의 성격상 정책 효과 검증이 목적이므로, 국가 차원에서 예산을 지원하는 것이 타당합니다.
전북연구원은 "지방소멸 위기는 농촌지역에서부터 현실화되고 있어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서는 농촌기본소득 정책의 혁신적 도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지역 소멸은 국가적 과제이므로, 중앙정부가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합니다.
단계적 접근과 평가 체계
시범사업은 전국 확대 전에 충분한 검증 기간을 거쳐야 합니다. 경기도와 연천군은 사업 시행 전 간담회 등을 통해 주민들의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했고, 사업의 실효성을 파악하기 위한 조사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러한 평가 체계를 바탕으로 실제 효과를 객관적으로 측정하고, 재정 투입 대비 효과성을 분석하여 정책을 개선해 나가야 합니다.
지역 특화 재원 마련
각 지역의 특성을 살린 자체 재원 확보 노력도 필요합니다. 순창의 경우 장류산업, 영양의 경우 청정 농산물 등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산업 육성을 통해 자체 세입을 늘리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합니다.
단순히 중앙정부 지원에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역경제 활성화를 통해 장기적으로 재정자립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결론: 균형 잡힌 접근이 필요하다
농촌기본소득 시범사업과 지역상품권 지급은 농촌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중요한 정책 수단입니다. 단기적으로는 주민들의 생활 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재정자립도가 낮은 농촌 지역에서 이러한 사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안정적인 재정 지원이 전제되어야 합니다. 지자체에 과도한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방식으로는 사업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습니다.
순창과 영양을 비롯한 농촌 지역의 시범사업이 성공하려면, 철저한 사전 준비와 충분한 재원 확보, 그리고 주민 참여를 바탕으로 한 정책 설계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동시에 지역 특성을 살린 자체 재원 확보 노력도 병행되어야 합니다.
재정 건전성과 지역 활성화, 이 두 가지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지역주민이 함께 지혜를 모아야 할 때입니다. 시범사업의 결과를 면밀히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보다 지속 가능한 정책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