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25년 10월 7일(현지시간) 철강 관세를 50%로 인상하는 계획을 공식 발표했습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경제·산업 수석 부집행위원장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유럽 철강산업 보호를 위한 새로운 규정안을 공개했습니다. 이번 조치는 연간 무관세 할당량을 초과하는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해 현행 25%에서 50%로 관세율을 두 배 인상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철강 관세 인상의 주요 배경
글로벌 철강 과잉생산 문제
EU가 철강 관세 인상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철강 시장의 과잉생산 문제입니다.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 과잉이 본격화되기 전인 2013년 수준으로 수입량을 제한하려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입니다. 특히 중국의 저가 철강 제품이 대량으로 유럽 시장에 유입되면서 역내 철강 제조업체들이 심각한 경쟁력 위협에 직면했습니다. 내수 부진으로 과잉 생산된 중국산 철강이 해외로 쏟아지면서 가격 경쟁이 심화된 상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미국 보호무역정책의 파급효과
트럼프 행정부의 철강 고율 관세 정책으로 미국 시장에서 밀려난 중국산 제품이 EU 시장에 진입하는 것을 막기 위한 성격도 큽니다. 미국이 철강 수입 관세를 대폭 인상하면서 중국을 비롯한 수출국들의 철강 제품이 유럽 시장으로 방향을 틀고 있는 상황입니다. EU는 이러한 무역 전환 효과로부터 역내 산업을 보호하기 위해 선제적 조치를 취한 것입니다.
에너지 비용 상승과 경쟁력 약화
최근 유럽은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제조업 비용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철강 산업은 에너지 집약적 산업이기 때문에 에너지 비용 상승이 생산단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저렴한 에너지로 생산된 해외 철강 제품과의 가격 경쟁에서 불리한 위치에 놓인 유럽 철강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해 관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새로운 철강 수입 규제 내용
무관세 쿼터 대폭 축소
EU 집행위원회는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대한 연간 무관세 할당량을 기존 3053만톤에서 1830만톤으로 약 47% 축소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는 철강 과잉생산이 시작되기 전인 2013년 수준으로 수입량을 제한하겠다는 의미입니다. 할당량 축소로 인해 한국을 포함한 주요 철강 수출국들의 국가별 쿼터도 감축될 전망입니다.
쿼터 초과분 관세율 인상
연간 할당량을 초과하는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현재 25%인 관세율을 50%로 두 배 인상하는 것이 이번 정책의 핵심입니다. 이 조치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 등 유럽경제지역(EEA) 회원국을 제외한 모든 제3국에 적용됩니다. 내년 6월 종료 예정인 세이프가드 제도를 대체하는 새로운 무역장벽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한국 철강산업에 미치는 영향
수출 감소 불가피
한국의 대EU 철강 수출 규모는 연간 약 6조원에 달합니다. 무관세 쿼터가 절반 수준으로 축소되고 초과분에 대한 관세가 50%로 인상되면서 한국 철강업계는 직격탄을 맞을 전망입니다. 특히 미국 시장에서의 수출도 어려운 상황에서 유럽마저 수입 장벽을 높이면서 한국 철강산업은 이중 타격에 직면했습니다.
가격 경쟁력 약화
높은 관세는 수출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유럽 시장에서 한국산 철강의 가격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것입니다. 중국과 일본의 저가 공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주요 수출 시장인 미국과 유럽에서 동시에 무역장벽이 높아지면서 한국 철강업체들의 수출 여건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유럽 철강산업 보호 전략
역내 제조업 경쟁력 강화
EU는 이번 관세 인상을 통해 역내 철강 제조업체들에게 안정적인 시장 환경을 제공하고자 합니다. 저가 수입 철강의 유입을 제한함으로써 유럽 철강업체들이 가격 경쟁 압박에서 벗어나 기술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집중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려는 것입니다.
재산업화 정책의 일환
철강 관세 인상은 EU의 재산업화(Re-industrialization) 정책과 맞물려 있습니다. 유럽은 제조업 기반을 강화하고 전략 산업의 자립도를 높이기 위해 다양한 보호 조치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철강은 자동차, 건설, 기계 등 핵심 산업의 기초 소재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가 중요합니다.
환경 기준과 공정 경쟁
EU는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철강 산업의 친환경 전환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엄격한 환경 규제를 준수하는 유럽 철강업체들과 달리 일부 국가의 철강 제품은 낮은 환경 기준으로 생산되어 비용 우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관세 인상은 이러한 불공정 경쟁을 시정하고 친환경 철강 생산을 장려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대응 방향
협상과 조정 과정
이번 규정안은 EU 회원국들의 승인 절차를 거쳐야 하며, 시행까지는 일정 시간이 소요될 것입니다. 한국 정부와 철강업계는 EU와의 협상을 통해 쿼터 배분에서 유리한 조건을 확보하고 관세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합니다.
수출 다변화 전략
미국과 유럽의 보호무역 강화로 한국 철강산업은 새로운 수출 시장 개척이 시급합니다. 동남아시아, 중동, 중남미 등 신흥 시장으로의 수출 다변화와 함께 현지 생산 및 합작 투자를 통한 시장 진입 전략도 검토해야 합니다.
품질 경쟁력 제고
단순한 가격 경쟁보다는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과 품질 차별화를 통해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친환경 철강, 고강도 특수강 등 기술력이 요구되는 프리미엄 제품 시장에서 입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EU의 철강 관세 50% 인상 계획은 글로벌 철강 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는 중요한 정책 전환점입니다. 한국 철강산업은 이러한 보호무역주의 확산에 대응하여 수출 전략을 재정비하고 기술 혁신과 시장 다변화를 통해 새로운 돌파구를 모색해야 할 시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