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손해보험이 2025년 10월 1일 자회사 캐롯손해보험과의 흡수합병을 완료하며 디지털 전환을 본격화했습니다. 이번 합병은 단순한 구조조정이 아닌, 디지털 보험사의 기술 역량과 전통 보험사의 운영 노하우를 결합한 전략적 선택입니다. 한화생명의 AI 전문가 영입과 함께 한화 그룹 전체의 디지털 혁신이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화손보-캐롯손보 합병 배경과 목표
합병 개요
한화손보는 2025년 5월 2일 이사회를 열고 캐롯손보 흡수합병을 최종 의결했습니다. 합병기일은 9월 10일이며, 10월 1일 공식 합병을 완료했습니다. 한화손보는 이미 캐롯손보 지분 98.3%를 보유한 상태로, 합병 비율은 1대 0.2973564로 산정되었습니다.
2019년 출범한 캐롯손보는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로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선보이며 주목받았습니다. 그러나 출범 이후 6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며 누적 적자가 3,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자동차보험 중심의 사업 구조와 높은 마케팅 비용, 비대면 채널의 한계 등이 수익성 악화의 원인으로 지적되었습니다.
합병의 전략적 목표
한화손보는 이번 합병을 통해 세 가지 핵심 목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첫째, 2030세대 디지털 고객층 확보입니다. 캐롯손보가 확보한 젊은 고객 기반을 한화손보로 신속하게 유입시켜 미래 수익 원천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입니다.
둘째, 디지털 기술 역량 강화입니다. 캐롯손보의 IoT, 빅데이터 분석, 퍼마일 보험 노하우를 한화손보의 AI 인프라 및 장기보험 상품과 결합해 혁신적인 보험 서비스 모델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셋째, 운영 효율성 극대화입니다. 백오피스, 보상, 고객서비스 통합 및 IT시스템 효율화를 통해 중복 비용을 절감하고 합산비율을 개선하겠다는 목표입니다.
디지털 하이브리드 손보사로의 전환
전략영업부문 신설
한화손보는 합병 완료 후 CM(사이버마케팅)과 TM(텔레마케팅)을 결합한 전략영업부문을 신설했습니다. 이는 대면, TM, CM의 3개 축으로 구성된 판매채널 포트폴리오를 완성하는 조직 개편입니다.
전략영업부문은 온라인과 전화 상담을 유기적으로 연계해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상품을 검색하다가 필요시 즉시 전문 상담원과 연결되며, 상담 이력이 실시간으로 공유되어 끊김 없는 서비스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캐롯 브랜드 유지 전략
한화손보는 합병 후에도 캐롯 브랜드를 독립 사업부 형태로 유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디지털 보험사로서 캐롯이 구축한 브랜드 인지도와 MZ세대와의 접점이 여전히 가치 있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캐롯 브랜드는 비대면 채널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지고 있으며, 특히 2030세대 사이에서 혁신적이고 합리적인 보험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한화손보는 이를 활용해 중년층까지 고객층을 확대하고, 여성 특화 보험상품을 CM 채널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하이브리드 영업 조직
가장 주목받는 변화는 TM과 CM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영업조직입니다. 기존에는 두 채널을 별도로 운영했지만, 합병을 계기로 융합형 조직 구조로 전환했습니다.
고객 입장에서는 상담 방식이나 유입 경로와 관계없이 일관된 맞춤형 서비스를 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채널 간 유기적 정보 연동과 고객 데이터 통합 관리를 통해 영업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습니다.
한화생명의 AI 전문가 영입
파파고 개발자 김준석 상무 영입
한화생명은 2024년 3월 초 네이버 파파고를 개발한 AI 전문가 김준석 상무를 AI실장 겸 AI랩장으로 영입했습니다. 김 상무는 자연어 처리 분야의 전문가로, 네이버에서 통번역 앱 파파고를 만든 핵심 연구진이었습니다.
김 상무는 2019년 현대자동차그룹의 AI 싱크탱크 에어랩으로 이직해 총괄을 담당했으며, 순혈주의 문화가 강했던 현대차그룹이 외부 인재를 영입했다는 점에서 당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한화생명의 이번 영입은 보험업계가 디지털과 AI를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김 상무는 한화생명에서 AI 기반 고객 맞춤형 서비스 개발과 언더라이팅 자동화, 보험금 청구 프로세스 혁신 등을 주도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한화 그룹의 AI 인재 전략
한화 그룹은 AI 전문가 영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화시스템은 AI Engineer, Data Scientist, AI Developer/Researcher, AI Strategist/Planner 등 다수의 AI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으며, 2025년 하반기에도 LLM Engineer와 Vision AI 전문가 채용을 진행 중입니다.
한화비전은 영상보안 분야에 딥러닝 기술을 적용하기 위해 Computer Vision, Pattern Recognition, Machine Learning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NIPS, CVPR, ICML 등 최고 수준 국제학회 논문 게재 경험자를 우대하며 연구 역량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캐롯손보의 AI 기술 책임자
캐롯손보는 2023년 8월 애플 본사 출신 AI 전문가 이진호 박사를 CTO(최고기술책임자)로 영입했습니다. 이 박사는 미국 일리노이공과대학교에서 컴퓨터과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뒤 약 17년간 실리콘밸리에서 현장 경험을 쌓은 데이터 처리 및 AI 전문가입니다.
이 CTO는 애플 본사에서 음성기반 AI 서비스 시리와 검색 시스템 스포트라이트의 웹검색엔진 품질 개선 업무를 수행했습니다. 캐롯손보는 이 박사의 영입을 통해 데이터 기반 상품개발 역량을 강화하고, 자동차보험 외에도 차별화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이겠다는 전략을 추진했습니다.
디지털 혁신의 핵심 기술
IoT와 빅데이터 활용
캐롯손보의 가장 큰 자산은 퍼마일 자동차보험을 통해 축적한 IoT 기술과 빅데이터 분석 역량입니다. 차량에 설치된 IoT 디바이스로 주행거리, 운전 패턴, 안전운전 습관 등을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분석합니다.
이 데이터는 개인 맞춤형 보험료 산정뿐만 아니라 사고 예방, 안전운전 리워드 프로그램 운영에도 활용됩니다. 한화손보는 이 기술을 장기보험과 결합해 건강관리, 운동 습관 등을 반영한 혁신적인 상품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AI 기반 언더라이팅
한화손보는 AI 기술을 활용해 보험 가입 심사 과정을 자동화하고 있습니다. 고객의 건강 데이터, 생활 습관, 직업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위험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고, 적정 보험료를 산정합니다.
기존에는 며칠이 걸리던 심사 과정이 AI를 통해 몇 분 내로 단축되며, 인적 오류도 최소화됩니다. 특히 김준석 상무의 자연어 처리 전문성은 의료 기록이나 진단서 같은 비정형 데이터 분석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고객 맞춤형 서비스
AI는 고객 행동 패턴을 분석해 개인별로 최적화된 상품을 추천합니다. 고객의 생애 주기, 재무 상태, 보험 가입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필요한 보장을 제안합니다.
챗봇과 음성 AI를 통한 24시간 고객 상담도 구현됩니다. 간단한 문의는 AI가 즉시 처리하고, 복잡한 상담은 전문 상담원에게 연결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고객 만족도와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높입니다.
자동차보험 시장 공략 전략
시장 점유율 확대 목표
한화손보는 합병 후 2025년 자동차보험 원수보험료 1조 1,000억원(시장점유율 5.4%)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향후 5년 내 자동차보험 매출 2조원, 시장점유율 두 자릿수 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는 손보 빅4(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현대해상)에 도전하는 공격적인 전략입니다. 캐롯손보의 퍼마일 보험과 한화손보의 종합 보험 상품을 결합해 다양한 고객층을 공략할 계획입니다.
퍼마일 보험의 진화
캐롯손보의 퍼마일 자동차보험은 주행거리 기반 보험료 체계로 시장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았습니다. 장롱면허 소유자나 대중교통 이용자에게 합리적인 보험료를 제공해 누적 가입 160만건을 돌파했습니다.
한화손보는 퍼마일 보험에 AI 분석을 더해 운전 습관, 주행 시간대, 경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동적 요금제를 개발 중입니다. 안전운전 시 실시간으로 할인을 받고, 위험 운전 시 경고를 받는 인터랙티브 보험 서비스를 목표로 합니다.
합산비율 개선 과제
캐롯손보의 가장 큰 문제는 120% 수준의 높은 합산비율이었습니다. 합산비율은 손해율과 사업비율을 합친 지표로, 100%를 넘으면 보험 영업에서 손실이 발생함을 의미합니다.
한화손보는 합병을 통해 2년 이내 합산비율을 100% 이하로 개선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백오피스 통합으로 중복 인력을 줄이고, IT시스템 효율화로 운영비를 절감하며, 한화손보의 보상 네트워크를 활용해 손해율을 낮출 계획입니다.
장기보험 확장 전략
여성 특화 보험의 CM 확대
한화손보의 대표 상품인 시그니처 여성건강보험을 캐롯의 디지털 플랫폼에 탑재해 젊은 여성 고객을 공략합니다. 기존에는 대면 채널에서만 판매되던 상품을 비대면으로 확장해 접근성을 높입니다.
여성 특화 전략은 유방암, 난소암, 갑상선암 등 여성 질환에 대한 보장을 강화하고, 임신·출산 관련 보장도 포함합니다. MZ세대 여성들의 건강 관심도가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전략입니다.
업셀링과 크로스셀링
자동차보험 가입자를 대상으로 장기보험을 판매하는 업셀링 전략을 강화합니다. 캐롯손보는 비대면 채널만 활용 가능한 인가 조건으로 인해 장기보험 판매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합병 후에는 한화손보의 대면·TM 채널을 활용해 캐롯 고객에게 종합적인 보험 상담을 제공합니다. 자동차보험 갱신 시점에 건강보험, 연금보험, 저축보험 등을 함께 제안해 고객당 수익성을 높입니다.
디지털 플랫폼 기반 상품 개발
캐롯의 디지털 플랫폼 위에서 간편가입 장기보험 상품을 출시합니다. 복잡한 서류 없이 몇 번의 클릭만으로 가입할 수 있는 마이크로 보험부터 시작해 점차 보장 범위를 확대합니다.
건강검진 데이터, 웨어러블 디바이스 연동 등을 통해 실시간 건강 상태를 반영하는 동적 보험 상품도 연구 중입니다. 건강관리를 잘하면 보험료가 할인되는 인센티브 구조를 도입해 예방적 건강관리를 유도합니다.
수익성 개선 과제와 전망
누적 적자 해소 방안
캐롯손보는 출범 이후 6년간 약 3,000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습니다. 2020년 381억원, 2021년 650억원, 2022년 841억원, 2023년 760억원, 2024년 662억원의 당기순손실이 발생했습니다.
한화손보는 연결회계 기준으로 이미 캐롯의 손익을 반영해왔기 때문에 합병으로 인한 추가 부담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합니다. 오히려 중복 비용 제거로 사업비율 개선과 운영비 절감이 가능하다고 전망합니다.
비용 시너지 극대화
백오피스 통합으로 인사, 재무, 총무 등 관리 부서의 중복 인력을 줄입니다. 고객센터와 보상 조직도 통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합니다. IT시스템 운영비 역시 단일 플랫폼으로 통합하면서 효율화됩니다.
캐롯손보가 외주로 운영하던 긴급출동, 렌터카, 법률 서비스 등을 한화손보의 내부 네트워크로 전환해 외주비를 절감합니다. 이를 통해 사업비율을 10%p 이상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중장기 성장 전망
보험업계는 한화손보가 디지털 역량 확보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강화할 것으로 전망합니다. 다만 단기간 내 수익성 개선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신중한 시각도 있습니다.
핵심은 얼마나 빠르게 통합 시너지를 실현하고 캐롯의 디지털 자산을 수익으로 전환하느냐입니다. 2030 고객 확보, 장기보험 판매 확대, 운영 효율화를 동시에 달성해야 성공적인 합병으로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보험업계 디지털 경쟁 심화
손보사들의 디지털 전환
삼성화재, DB손보, KB손보, 현대해상 등 손보 빅4도 디지털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삼성화재는 AI 기반 사고 분석 시스템을 도입했고, DB손보는 블록체인 기반 보험금 청구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KB손보는 자회사 KB인슈어테크를 통해 마이크로 보험 시장을 개척하고 있으며, 현대해상은 헬스케어 플랫폼과 제휴해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디지털 채널 강화는 이제 생존의 필수 조건이 되었습니다.
인슈어테크 업체의 성장
카카오페이손보와 신한EZ손보 같은 후발 디지털 손보사는 자동차보험을 피하고 미니보험과 장기보험에 집중하는 전략을 선택했습니다. 초기 자본 부담이 적고 수익성이 높은 영역에 특화하는 것입니다.
카카오페이손보는 해외여행보험, 휴대폰보험, 반려동물보험 등 생활밀착형 보험으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신한EZ손보는 영유아 및 초중학생 대상 장기보험으로 젊은 부모 세대를 공략합니다.
한화손보의 차별화 전략
한화손보는 전통 보험사의 안정성과 디지털 보험사의 혁신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모델을 추구합니다. 대면, TM, CM 채널을 모두 갖춘 종합 손보사로서 고객 접점을 극대화하는 것이 핵심입니다.
특히 AI 전문가 영입과 기술 투자를 통해 단순히 디지털 채널을 추가하는 수준을 넘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과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실현하겠다는 전략입니다. 이는 다른 손보사와 차별화되는 경쟁력이 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결론: 디지털 혁신의 새로운 장
한화손보와 캐롯손보의 합병은 보험업계 디지털 전환의 중요한 이정표입니다. 전통 보험사와 디지털 보험사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고, AI 전문가 영입으로 기술 경쟁력을 강화하는 전략은 업계에 새로운 모델을 제시합니다.
성공의 핵심은 빠른 통합과 실질적인 성과 창출입니다. 조직 통합, IT시스템 일원화, 채널 시너지 실현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캐롯의 디지털 자산을 활용해 2030 고객을 확보하고 장기보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관건입니다.
한화 그룹 차원의 AI 인재 영입과 기술 투자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한화생명의 김준석 상무, 캐롯손보의 이진호 박사 같은 최고 수준의 전문가들이 보험업 혁신을 주도하면서, 한화 그룹은 금융업계 디지털 전환의 선도 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