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리 1호기 기술 받던 나라가 50년 만에 미국에 원전을 짓는다 — '프로젝트 파워'의 실체 (2026년 10월 1일 공식화)



1978년 고리 1호기는 미국 웨스팅하우스의 기술로 지어졌습니다. 그로부터 48년, 입장이 뒤바뀌었습니다. 한국이 미국 땅에 원전을 짓는 건설 파트너로 나섭니다. 10월 1일 한미 양국이 공식화한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 사업명 '프로젝트 파워'입니다. 다만 이 발표가 곧바로 원전 8기 건설 확정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무엇이 합의됐는지, 어디까지가 확정이고 어디부터가 미정인지 정리했습니다.


AP1000 6기 + APR1400 2기 — 노형 구성부터 다르다


한미 양국은 최대 1200억 달러를 투입해 미국에 대형 원전 8기를 짓는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에 합의했습니다. 

이 틀은 지난 9월 30일(현지시간)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 한미 전략투자 프로젝트 발표 자리에서 공개했고, 1일 그 세부 내용이 '한미 전략투자 공동 팩트시트'를 통해 공식 문서로 명문화됐습니다.

8기의 구성은 단일하지 않습니다. 웨스팅하우스의 AP1000 노형 6기와 한국형 APR1400 노형 2기로 나뉩니다. 1단계로 AP1000 2기를 먼저 추진하고, 2단계는 AP1000과 APR1400 두 노형을 병행해 짓되 APR1400을 앞세우는 방향으로 정리됐습니다. 

APR1400은 건설비가 이미 검증돼 "AP1000보다 낫다"는 인식이 업계에 퍼져 있다는 점이 이런 순서 결정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 — 50년 만의 관계 역전


이번 프레임워크에서 상징적인 대목은 웨스팅하우스와의 관계 변화입니다. 그동안 웨스팅하우스와의 기존 기술이전협정(SA)이 한국형 원전의 해외 수출을 가로막는 장벽으로 작용해왔는데, 이번에 한미 양국이 이 SA를 개정하기로 합의하면서 APR1400의 대미 수출길이 열렸습니다. 

여기에 한국은 웨스팅하우스 지분 5~10%를 인수하는 방안도 함께 추진합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지분율은 5~10% 수준으로 조율 중"이라며 "한전과 한수원은 재무 부담을 고려해 상징적 수준으로 참여하고, 국내 사기업이 함께 들어갈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분 인수의 의미는 단순한 투자를 넘어섭니다. 웨스팅하우스가 사업 기반을 가진 유럽 등 제3국 시장에서도 한국 기업의 협력 범위가 넓어질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즉 미국은 웨스팅하우스의 설계·원천기술과 한국의 원전 건설·조달 역량을 결합하는 구조를 택한 셈이고, 웨스팅하우스가 한국 원전산업의 출발점이었다면 이제 한국의 건설 역량이 미국 원전 확대의 전략적 파트너로 인정받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재원 1200억 달러 — 건설비 1000억 + 예비비 200억


재원은 한미전략투자기금에서 나옵니다. 건설비 1000억 달러에, 공사비 초과에 대비한 예비비 200억 달러를 더해 총 1200억 달러가 배정됩니다. 

착수 목표는 2030년이며, 건설에 10년 가까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도 장기간에 걸쳐 나눠 집행될 전망입니다. 

양국은 장주기 제작이 필요한 원전 기자재를 미리 확보하기 위해 연말까지 최대 100억 달러를 우선 집행하는 방안을 협의 중입니다. 1·2차 설계·조달·시공(EPC) 계약 간격도 가급적 6개월 이내로 좁힐 계획입니다.

후보지는 오하이오·테네시·사우스캐롤라이나·켄터키 등 4개 주가 거론되고 있습니다. 사업이 구체화되면 미국 측이 개별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한국이 이를 받아 부지를 검토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8기 건설이 모두 확정된 것은 아니다"


여기서 반드시 짚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이번 합의는 원전 8기 건설의 기본 틀이지, 실제 건설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라는 점입니다. 부지와 냉각수, 전력망 연결, 전력 구매처, 사업비 등을 검증한 뒤에야 개별 프로젝트 추진 여부가 결정됩니다. 

전력을 실제로 누가 구매할지(전력 판로)가 아직 미정이라, 사업의 상업성 자체가 완전히 검증된 상태는 아닙니다. 김정관 장관도 "구체적인 프로젝트 조건에 따라 사업비와 상업적 합리성이 갈린다"며 미국 측이 제시할 사업을 면밀히 검증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인허가 절차도 넘어야 할 산입니다. 미국은 주마다 규제가 달라, 이를 모두 충족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미국 내 원전 찬반 논쟁이라는 정치적 변수, 자재 공급 차질 같은 건설 리스크도 함께 남아 있습니다.


한국 기업들의 움직임


산업통상부는 이 프레임워크 합의 직후 원전수출기획위원회를 열어 단계별·분야별 추진 방안과 한국 기업의 참여 확대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김창희 산업부 원전전략기획관은 "한미 원전 프레임워크를 통해 미국의 원전 확충을 지원하면서 우리 원전 경쟁력을 한 단계 도약시킬 수 있는 전기가 마련됐다"고 평가했습니다. 정부는 APR1400 2기 추진 과제를 점검하고, 올해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행사에 미국 바이어를 초청할 계획입니다.


정리하면


지금까지 확인된 사실은 명확합니다. 한미 양국은 10월 1일 최대 1200억 달러 규모의 원전 8기(AP1000 6기+APR1400 2기) 건설 프레임워크에 합의했고, 웨스팅하우스 SA 개정과 지분 5~10% 인수도 함께 추진합니다. 

다만 이는 기본 틀일 뿐, 전력 구매처와 부지, 개별 사업비가 확정되지 않아 실제 8기가 모두 지어질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2030년 착수 목표를 향해 앞으로 부지 선정과 전력 판로 확보가 어떻게 진행되는지가 이 프로젝트의 실현 가능성을 가를 다음 관문입니다.


참고자료

https://www.seoul.co.kr/news/economy/2026/10/02/20261002003002 (서울신문, 2026.10.02,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fnnews.com/news/202610011840280186 (파이낸셜뉴스, 2026.10.01,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dt.co.kr/article/12087041 (디지털타임스, 2026.10.01,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esgeconomy.com/news/articleView.html?idxno=16889 (ESG경제, 2026.10.01,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hankookilbo.com/news/article/A2026100115480003462 (한국일보, 2026.10.01, 원문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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