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3.2조, 밀가루 5.8조 — 왜 하필 이 업종들이 '2진 아웃' 대상이 됐나 (2026년 9월 28일 당정협의)



과징금은 이미 여러 번 맞아봤습니다. 그런데도 같은 업체들이 또 담합을 합니다. 설탕, 밀가루, 전분당, 인쇄용지. 올 상반기 잇따라 적발된 이 담합 사건들의 공통점은 '재범'이라는 것입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28일, 과징금만으로는 안 되겠다며 반복 담합 사업자를 아예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카드를 꺼냈습니다.

왜 지금 이 대책이 나왔는지, 정확히 어떤 업종에 어떤 제재가 적용되는지 정리했습니다.


계기 — 매출 19조 원 규모의 재범 담합


공정거래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은 28일 국회에서 당정협의회를 열고 '반복담합 근절 입법 추진방안'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대책은 올 상반기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에서 대규모 담합이 잇따라 적발된 데 따른 후속 조치입니다.

공정위에 따르면 이 사건들의 관련 매출액은 설탕 3조 2000억 원, 밀가루 5조 8000억 원, 전분당 6조 원, 인쇄용지 4조 원 등 합쳐서 약 19조 원에 달합니다. 설탕과 밀가루, 제지 분야는 과거에도 담합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어, 과징금만으로는 반복 행위를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판단이 이번 대책의 배경이 됐습니다.


17개 업종, 세부적으로는 두 그룹으로 나뉜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5년 이내 2회 이상 담합한 사업자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관계 부처에 등록취소나 영업정지를 요청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을 개정하는 것입니다. 대상 업종은 안전·생명, 에너지·산업, 환경, 운송 4개 분야 17개 업종입니다.

다만 모든 업종에 동일한 제재가 적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소방시설업, 전기공사업, 설계·감리업, 측량업 등 4개 업종에는 등록취소와 영업정지가 모두 가능해집니다. 반

면 의약품 제조·수입업, 고압가스제조업, 석유정제·판매업, 폐기물처리업, 여객·화물운송업 등 나머지 13개 업종에는 영업정지만 도입됩니다. 정작 이번 사태의 발단이 된 설탕·밀가루·전분당·인쇄용지 등 식품·제지업은 이번 17개 업종에서 빠졌습니다. 

영업을 위해 정부 허가·등록이 필요한 업종부터 우선 적용하기로 했기 때문인데, 당정은 이 두 업종에 대해서도 생산시설 신설 등에 필요한 인허가를 제한하는 방안을 관계 부처와 별도로 검토할 계획입니다.


처분시효 12년→15년, 자진신고해도 '반복 횟수'는 그대로 잡힌다


적발률을 높이기 위한 조치도 함께 추진됩니다. 담합 처분시효는 조사를 개시하지 않은 사건 기준으로 위반행위 종료일부터 현행 7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고, 조사 개시 이후 적용되는 5년의 시효까지 합치면 최장 처분 가능 기간은 현재 12년에서 15년으로 연장됩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자진신고(리니언시) 제도 손질입니다. 담합을 자진신고한 사업자에게 과징금과 고발을 면제·감경해주는 혜택은 그대로 유지되지만, 시정조치 감면 혜택은 없어집니다. 

더 중요한 것은, 자진신고를 통해 과징금을 감면받은 사업자라도 이번 '5년 내 2회 이상 반복 담합' 횟수 산정에서는 제외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즉 자진신고로 과징금을 깎아도, 그 담합 자체는 여전히 '한 번'으로 카운트되어 시장 퇴출 요건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공정위 관계자는 "기업의 자진신고 유인 감소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며 "경제적 제재를 상향하고, 신고 포상금 제도 등 다양한 경로로 적발률을 높이는 노력을 함께 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담합으로 오른 가격, 강제로 되돌린다


가격 자체를 바로잡는 장치도 법제화됩니다. 공정거래법에 '담합 전 경쟁을 회복하는 수준으로의 가격 재결정 명령'을 시정조치 유형으로 명문화하는 것입니다. 

공정위는 현재도 '그 밖에 필요한 시정조치' 조항을 근거로 가격재결정명령을 내리고 있지만, 사업자가 가격을 충분히 내리지 않았을 때 이를 시정명령 불이행으로 볼 수 있는지가 명확하지 않았습니다. 

올해 인쇄용지·밀가루·전분당 담합 사건에서 실제로 활용된 이 명령에 별도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셈입니다.

교육청 발주 입찰도 감시망에 추가됩니다. 최근 교복과 교육용 태블릿PC 등 교육 기자재 분야에서 입찰 담합이 잇따라 적발된 데 따라, 공정위의 입찰담합징후분석시스템(BRIAS)에 교육청을 협조 기관으로 명시해 교육청 발주 입찰 자료도 담합 징후 분석 대상에 포함시킬 계획입니다.


정리하면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담합은 시장경제의 근간을 훼손하고 소비자 등 다른 경제주체를 착취해 부당이익을 꾀하는 중대한 불공정 행위"라며 "국민 생활 밀접 분야의 담합을 뿌리 뽑는 노력을 지속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세 가지입니다. 17개 업종에 5년 내 2회 이상 담합 시 등록취소·영업정지가 가능해진다는 것, 자진신고로 과징금은 감면받아도 반복 담합 횟수 산정은 피할 수 없다는 것, 그리고 정작 사태의 발단인 식품·제지업은 이번 대상에서 빠져 있다는 것입니다. 

공정거래법과 17개 개별법 개정안은 당정협의 직후 발의될 예정이며, 실제 시행까지는 국회 심의 과정이 남아 있습니다.


참고자료

https://www.mt.co.kr/politics/2026/09/29/2026092819570433186 (머니투데이, 2026.09.29, 원문 직접 확인)
https://view.asiae.co.kr/article/2026092809385526861 (아시아경제, 2026.09.28,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etnews.com/20260928000078 (전자신문, 박효주 기자, 2026.09.28,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thepublic.kr/news/articleView.html?idxno=320450 (더퍼블릭, 양원모 기자, 2026.09.28, 원문 직접 확인)
https://biz.newdaily.co.kr/site/data/html/2026/09/28/2026092800111.html (뉴데일리경제, 2026.09.28, 원문 직접 확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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