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거래 이력이 적다는 이유로 신용카드 발급이 막혔던 청년, 외국인, 주부들. 이들을 '씬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릅니다. 금융위원회가 15일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이들을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편안을 내놨습니다. 언제부터 무엇이 바뀌는지, 그 배경에 있는 문제는 무엇인지 정리했습니다.
12월부터 뭐가 달라지나
금융위원회는 15일 '금융위원회 하반기 업무보고'를 통해 포용금융의 제도화·항구화를 위한 금융시스템 구조개혁에 나선다고 밝혔습니다. 핵심은 오는 12월부터 청년이나 외국인 등 금융이력부족자도 신용카드를 보다 쉽게 발급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입니다. 카드 발급 심사 시 대안신용평가를 적극 활용하는 한편, 보증금을 담보로 하는 신용카드 제도도 함께 도입됩니다.
여기에 더해 12월까지 자본시장을 통한 청년 초기자산형성 프로그램 도입 방안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이달 시행되는 청년 재무상담을 이수하면 청년미래적금 우대금리가 0.2%포인트 추가로 붙습니다. 소상공인 특화신용평가모형(SCB)을 적용하는 은행도 8월 중 기존 7개사에서 16개사로 늘어나고, 새출발기금 신청 기간도 내년까지 연장됩니다.
신용평가 체계 자체도 손질됩니다. 금융당국은 신용평가에서 연체이력을 반영하는 기간을 단축하기로 했고, 은행권부터 먼저 서민금융 공급 규모·비금융 재무상담·지배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체계를 도입한 뒤 내년에는 전 업권으로 확대할 방침입니다. 각 금융사에는 포용금융 전략과 내부통제를 총괄하는 '포용금융최고책임자'도 신설됩니다.
왜 지금 이 문제를 다루나 — 씬파일러 신용점수 710점
배경에는 구체적인 숫자가 있습니다. 금융위에 따르면 씬파일러의 신용점수는 2024년 말 기준 평균 710점 수준입니다.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노년층, 청년, 주부, 외국인 등이 기존 신용평가체계에서는 실제 상환 능력과 무관하게 낮은 점수를 받아온 것으로 당국은 판단하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 금융위는 올해 1월 '신용평가체계 개편 TF'를 출범시켰고, 개인신용평가체계 개선과 개인사업자 신용평가 고도화, 대안신용평가 활성화를 핵심 축으로 삼아 시스템 전면 손질을 추진해왔습니다. 이번 7월 하반기 업무보고는 이 TF 논의의 첫 구체적 실행안인 셈입니다.
서민금융진흥원도 별도로 움직인다
서민금융진흥원(서금원)은 씬파일러와 중저신용자의 상환 능력을 비금융 데이터로 평가하는 자체 시스템을 연내 개발한다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통신비·공공요금·전자상거래 정보를 활용한 서민 특화 대안신용평가모형으로, 인터넷·이동통신 요금 납부 이력, 소액결제 연체 여부, 공과금과 고용보험 이력, 온·오프라인 구매 정보 등을 반영하는 방식입니다.
서금원은 이렇게 개발한 대안 신용평가(CB)를 자체 신용평점시스템(CSS) 개발 여력이 부족한 저축은행이나 상호금융사 등 2금융권에 공유해, 국내 대안신용평가 시장 자체를 활성화하겠다는 구상도 갖고 있습니다.
평가 기준, 아직 통일되지 않았다는 것이 진짜 과제
문제는 여기서부터입니다. 여러 금융기관이 저마다 자체 대안신용평가(CB) 모델을 잇달아 내놓고 있지만, 통신요금·공과금 납부 이력, 소비 패턴, 건강관리 이력 등을 신용평가에 반영하는 방식에 통일된 규격이 아직 없습니다. 금융당국이 포용금융 실적을 평가하고 중·저신용자 자금 공급 확대를 계속 주문하는 상황에서, 금융사들이 충분한 장기 검증 없이 대안신용평가모형 도입 경쟁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모형 출시 건수나 대출 공급액만 성과로 평가하면, 연체율·부도율·차별 가능성에 대한 사후 검증이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해외 사례를 봐도 이 우려는 근거가 있습니다. 미국 신용평가사 엑스페리안은 은행 계좌 정보와 공과금·통신비·임대료 납부 이력을 AI 기반 평가모델에 반영했고, 핀테크 기업 탈라는 스마트폰 앱 이용 내역과 위치 정보, 기기 사용 패턴까지 분석해 신흥국 고객의 신용을 평가하는 시스템을 구축했습니다. 다만 이런 대안신용평가 확산 과정에서 연체율 상승과 규제 불확실성이라는 현실적 제약도 함께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됩니다.
정리하면
이번 발표로 12월부터 카드 발급 문턱이 낮아지는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다만 그 심사에 쓰일 대안신용평가 자체가 아직 통일된 기준 없이 각 기관·회사별로 따로 개발되고 있다는 점은 남은 과제입니다. 금융위의 신용평가체계 개편 TF가 이 표준화 문제를 언제,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지가 이번 정책의 실제 성패를 가를 것으로 보입니다.
참고자료
https://biz.heraldcorp.com/article/10808563 (헤럴드경제, 정호원 기자, 2026.07.16,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newstomato.com/ReadNews.aspx?no=1307569 (뉴스토마토, 이종용 기자, 2026.07.20, 원문 직접 확인)
https://www.newsis.com/view/NISX20260516_0003632128 (뉴시스, 권안나 기자, 2026.05.17, 원문 직접 확인)
https://v.daum.net/v/20260504104614761 (다음뉴스, 2026.05.04, 원문 직접 확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