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과 신한금융그룹이 올해 1분기 나란히 분기 기준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습니다. 환율·금리 변동성 확대라는 악재 속에서도 비은행·비이자 부문의 성장이 빛을 발했습니다.
단순히 '실적이 좋았다'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이번 결과는 국내 금융지주 산업 구조가 '이자 장사' 중심에서 증권·자산관리·비은행 수익 구조로 근본적으로 전환됐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입니다. 수치 뒤에 숨은 맥락과 2분기 리스크까지 정확하게 정리했습니다.
2026년 1분기 핵심 실적 수치 한눈에 보기
KB금융의 1분기 당기순이익은 1조 89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5% 증가했습니다. 신한금융 역시 전년보다 9% 늘어난 1조 6226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양사 모두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 전체의 2026년 1분기 순이익 합산은 5조 3000억원을 넘어섰습니다. KB금융과 신한금융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하며 격차를 벌리는 사이, 하나금융은 선방했고 우리금융은 홀로 역성장하며 4개 그룹이 사실상 세 개의 층위로 갈렸습니다.
KB금융 — 비이자이익 사상 최대, 수수료 45.5% 폭증
KB금융 1분기 순수수료이익은 1조 359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5.5% 확대됐습니다. 증권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관련 계열사 수수료이익이 크게 늘었으며, 증권업 수입수수료는 1분기 4325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71.1% 증가했습니다.
비은행 기여도 43%의 의미
KB금융은 증권과 자산운용 등 자본시장 계열사의 수수료 이익이 크게 늘며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를 43%까지 끌어올렸습니다. 이 수치는 KB금융이 더 이상 '은행 이자'에 의존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절반에 가까운 이익을 증권·카드·보험·자산운용에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KB금융 1분기 그룹 자기자본이익률(ROE)은 13.94%로 전년 동기 대비 0.9%포인트 개선됐습니다. 순이자마진(NIM)은 1.99%로 0.04%포인트 개선됐습니다.
주주환원 — 금융권 최대 규모 자사주 소각
KB금융은 보유 중인 자사주 약 1426만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습니다. 기존에 예고한 6000억원 규모 소각분까지 더하면 5월 시가 기준 약 2조 9000억원 규모의 자사주가 사라집니다. 단일 소각 기준으로 금융권 최대 수준입니다.
신한금융 — 증권 167% 급증, '신한 밸류업 2.0' 선언
신한투자증권은 1분기 당기순이익 288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7.4% 증가했습니다. 신한금융의 비이자이익은 1조 1882억원으로 1년 전보다 26.5% 급증했습니다.
해외 부문도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일본과 베트남을 중심으로 한 해외 부문 손익은 2219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갔습니다. 신한은행의 1분기 순이익은 1조 157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6% 늘었습니다.
신한 밸류업 2.0 핵심 내용
신한금융은 새로운 기업가치 제고 계획인 '신한 밸류업 2.0'을 발표했습니다. ROE 제고 속도에 연동한 상한 없는 주주환원율, ROC 기반의 자본 배치와 ROE 제고, CET1 비율 관리를 골자로 합니다. 향후 3년간 비과세 배당과 주당배당금(DPS)의 연 10% 이상 확대를 추진하고 잔여 재원은 자사주 매입·소각에 활용할 방침입니다.
4대 금융지주 비교 — 실적 격차를 만든 핵심 변수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 강화로 은행의 이자이익 성장에 한계가 생긴 상황에서 비은행·비이자 부문의 경쟁력이 그룹 전체 순이익을 결정하는 구조가 굳어지고 있습니다. 그룹 내 비은행 순이익 기여도는 KB금융 43%, 신한금융 34.5%, 우리금융 23.5%, 하나금융 18% 순으로 나타났습니다.
증권 계열사가 실적을 가른 핵심이었습니다. 주식시장 호황의 수혜를 얼마나 잘 담아냈는지가 이번 1분기 성적표를 사실상 결정했다는 평가입니다.
2분기 전망 — 지금이 정점인가?
호실적에도 시장이 '정점' 여부를 묻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동 변수와 건전성 리스크
KB금융 염홍선 전무는 "중동 사태 여파로 고환율·고유가가 지속된다면 향후 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보수적 충당금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습니다.
신한금융 관계자도 "글로벌 변수로 기업이 부담을 받는다면 연체율이 먼저 올라가고, NPL 비율이 늘어나는 흐름이 있다"며 "기업 실물 경기가 악화될 경우 은행 건전성 훼손이 뒤따를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KB금융그룹의 NPL 커버리지 비율은 2024년 말 150.9%에서 2026년 3월 말 127.1%로 1년 남짓 사이에 20%포인트 넘게 하락했습니다. NPL 커버리지 비율 하락은 다가올 건전성 악화를 선행해서 보여주는 지표입니다.
비이자이익의 구조적 한계
이번 실적의 상당 부분이 증시 호황에 기인했다는 점이 변수입니다. 현재의 이익 구조가 상당 부분 주가 시장 호황에 기인한다는 점에서, 중동 지역의 불확실성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등 변수에 따라 2분기부터는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신한카드는 1분기 당기순이익 115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9% 감소했습니다. 소비 둔화와 가맹점 수수료 규제 영향이 이어지는 가운데 수익성 압박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카드·보험 등 일부 계열사의 부진이 숨어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할 부분입니다.
투자자가 챙겨야 할 핵심 포인트
이번 실적 발표를 통해 투자자가 확인해야 할 것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비은행 이익 지속 가능성입니다. 1분기 증시 호황 효과가 2분기에도 이어질지 여부가 실적 유지의 관건입니다.
둘째, 건전성 지표 추이입니다. NPL 비율과 연체율은 실물 경기 악화보다 3~6개월 선행합니다. KB금융의 NPL 커버리지 비율 하락 추이를 주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셋째, 주주환원 정책입니다. KB금융의 약 2조 900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은 단일 금융권 최대 수준으로 주가 지지력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입니다. 신한금융의 DPS 연 10% 이상 확대 공약도 장기 투자자에게 의미 있는 신호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