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금융권의 가장 큰 화두는 단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의 실천입니다. 정부와 금융 당국은 경제의 혈맥인 금융이 단순히 자본의 증식에 머물지 않고, 실질적인 생산성을 높이는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며 사회적 약자를 보듬는 포용적 역할을 수행할 것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KB, 신한, 하나, 우리 등 국내 4대 금융그룹을 중심으로 관련 자산 공급이 비약적으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빛이 있으면 그림자가 있듯, 과도한 자금 공급 확대가 향후 은행의 자산 건전성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경고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글로벌 경기 둔화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이러한 우려는 단순한 가정을 넘어 실질적인 데이터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본 포스팅에서는 생산적·포용금융의 본질적 의미를 짚어보고, 이것이 은행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과 이를 극복하기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심층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생산적 금융의 본질적 가치와 자금 회수 리스크의 실체
생산적 금융이란 자금이 가계 대출이나 부동산 시장과 같은 비생산적 분야로 쏠리는 것을 막고,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이나 혁신 스타트업 등 경제의 생산성을 직접적으로 높일 수 있는 분야로 흘러가게 하는 금융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이는 국가 경제 전반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리고 사회적 불평등을 완화하는 긍정적인 기능을 수행합니다. 하지만 은행의 입장에서 생산적 금융의 확대는 기존의 담보 위주 대출 관행에서 벗어나야 함을 뜻하며, 이는 필연적으로 자산의 불확실성을 높입니다.
첫째, 기술금융 및 혁신 금융 비중 확대에 따른 회수 불확실성입니다. 생산적 금융의 핵심은 당장의 담보가 없더라도 미래의 기술력과 성장성을 보고 자금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혁신 기업의 특성상 사업 성공률이 낮고 경기 변동에 매우 민감합니다. 만약 지원한 자금이 목표한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기업의 경영 악화로 귀결될 경우, 은행은 고스란히 원금 회수 불능이라는 리스크를 떠안게 됩니다. 이는 은행의 무수익여신(NPL) 비율을 높이고 자본 적정성을 훼손하는 주요 원인이 됩니다.
둘째, 대출 심사 기준 완화에 따른 역선택의 위험입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 은행들이 공격적으로 생산적 자금 공급 목표를 설정할 경우, 현장에서는 대출 심사가 다소 느슨해질 위험이 존재합니다. 충분한 상환 능력을 검증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이 공급되면, 이는 결국 금융사고나 대규모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과거 금융위기의 도화선이 되었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 역시 기준을 완화한 무분별한 대출 확장이 원인이었음을 상기할 때, 현재의 생산적 금융 확대 기조 속에서도 엄격한 리스크 관리 체계가 유지되어야 합니다.
셋째, 수익성 저하와 자본 확충 부담의 상충입니다. 생산적 금융은 대개 정책적인 성격을 띠기 때문에 시장 금리보다 낮은 우대 금리를 적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은행의 핵심 수익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을 압박합니다. 수익성이 떨어지면 은행은 미래의 손실에 대비한 대손충당금을 쌓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되며, 이는 장기적으로 금융 시스템의 복원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습니다.
포용금융의 확산이 가져오는 신용 리스크와 수익성 압박
포용금융은 사회 구성원 누구나 금융 서비스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접근성을 보장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저소득층, 저신용자, 소상공인 등 금융 문턱을 넘기 어려운 계층에게 자금을 지원하여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수행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금융의 포용성이 강화될수록 은행이 감내해야 할 신용 리스크는 정비례하여 상승합니다.
첫째, 한계 차주의 부실 현실화 문제입니다. 포용금융의 주 대상인 저신용층은 고금리와 물가 상승 등 외부 충격에 매우 취약합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될 경우 이들의 상환 능력은 급격히 저하되며, 이는 곧바로 은행의 연체율 상승으로 나타납니다. 특히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등 경제 기반이 약한 지역의 포용금융 비중이 높을수록 지역별 경기 편차에 따른 은행의 자산 손실 위험은 더욱 증폭됩니다.
둘째, 금리 역전 현상과 역마진 리스크입니다.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고위험 차주에게 저금리 혜택을 제공할 경우, 은행은 리스크에 상응하는 프리미엄을 포기해야 합니다. 이는 은행이 리스크 관리 비용조차 확보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몰고 갈 수 있습니다. 금융사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적정한 수익이 담보되어야 하는데, 포용성만을 강조하다 보면 자칫 은행의 체력이 소진되어 정작 위기 상황에서 방패 역할을 하지 못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셋째, 금융권 전반의 도덕적 해이 유발 가능성입니다. 포용금융의 이름으로 지원되는 각종 채무 조정이나 이자 감면 조치가 과도할 경우, 차주들이 스스로 빚을 갚으려는 의지보다 지원을 기다리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전체 금융 시장의 신용 질서를 무너뜨리고, 성실하게 채무를 상환하는 고객들과의 형평성 문제를 야기하여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저하시키는 요인이 됩니다.
금융 건전성 확보를 위한 리스크 관리 고도화 방안
생산적·포용금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은행의 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보다 정교하고 과학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공급을 늘리는 단계를 넘어, 질적 관리에 집중해야 할 시점입니다.
첫째, 데이터 기반의 정밀 대출 심사 시스템 구축입니다.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분석을 활용하여 기존의 신용등급이 낮더라도 실제 상환 의지나 비금융 정보를 바탕으로 한 잠재적 신용도를 파악해야 합니다. 이를 통해 우량한 포용금융 대상자를 선별하고 부실 가능성이 높은 차주를 사전에 필터링하는 능력을 배양해야 합니다. 또한 기술금융의 경우 전문 심사역의 역량을 강화하여 기술의 사업화 가능성을 냉철하게 판단하는 프로세스를 정착시켜야 합니다.
둘째, 포트폴리오 다각화 및 리스크 분산 전략입니다. 특정 업종이나 계층에 대출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자산 포트폴리오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합니다.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되 첨단 기술주부터 전통 제조업까지 산업군을 분산하고, 포용금융 역시 지역과 소득 수준별로 균형을 맞춤으로써 특정 부문의 부실이 은행 전체의 위기로 번지는 것을 막아야 합니다. 또한 예기치 못한 손실에 대비하여 대손충당금을 선제적이고 보수적으로 쌓아두는 기초 체력 강화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셋째, 고객 금융 교육을 통한 근본적인 자생력 강화입니다. 금융사는 자금 공급에 그치지 않고 대출 고객에게 자산 관리 요령, 부채 상환 계획 수립 등 금융 이해도를 높이는 교육 서비스를 적극 제공해야 합니다. 고객이 스스로 신용을 관리하고 사업 경쟁력을 확보할 때 은행의 대출 자산도 비로소 안전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금융사와 고객이 함께 성장하는 진정한 의미의 상생 금융이자 가장 강력한 리스크 관리 방안입니다.
결론 및 향후 금융 시장의 방향성
생산적·포용금융의 확대는 시대적 요구이며 국가 경제의 질적 도약을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입니다. 그러나 금융의 공공성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은행의 기초 체력인 건전성을 도외시한다면, 이는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 있습니다. 은행이 튼튼해야 위기 시에 더 많은 사람을 포용하고 더 많은 혁신 기업을 지원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향후 금융권은 생산적·포용금융의 양적 팽창보다는 질적 성숙에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금융 당국은 은행의 건전성 지표를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도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해야 하며, 금융사들은 스스로의 리스크 관리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합니다. 생산성과 포용성, 그리고 건전성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치열한 논의와 연구가 지속될 때, 대한민국 금융은 비로소 국민의 신뢰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어갈 수 있을 것입니다. 우리는 이제 금융이 가진 사회적 책임과 경제적 안정성 사이의 황금비율을 찾아가는 여정을 시작해야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