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장관 정상 계약 주장, 웨스팅하우스 불공정 합의 논란 지속

산업부 장관과 웨스팅하우스 논란


국정감사에서 불거진 원전 계약 논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10월 13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수력원자력과 웨스팅하우스 간의 지식재산권 합의에 대해 "정상적인 계약"이라는 입장을 재차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 계약이 한국 측에 지나치게 불리하다는 비판이 계속되면서, 원전 산업의 미래를 둘러싼 논쟁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이번 논란은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한수원과 한국전력이 올해 초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합의문의 내용이 알려지면서 시작되었습니다. 여야 의원들은 국정감사에서 이 계약의 불공정성을 강하게 지적했으나, 김 장관은 계약의 정당성을 옹호하며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습니다.


불공정 계약의 핵심 내용

이번 합의에 따르면 한수원은 원전 1기를 수출할 때마다 웨스팅하우스에 6억 5천만 달러(약 9천억 원)의 물품 및 용역 구매 계약을 제공하고, 1억 7천5백만 달러(약 2천4백억 원)의 기술 사용료를 납부해야 합니다. 계약 기간은 50년으로,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로열티를 지급해야 하는 구조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시장 제한 조항입니다. 한수원과 한국전력은 북미(미국, 캐나다, 멕시코), 체코를 제외한 유럽연합 가입국, 영국, 일본, 우크라이나 등에서 웨스팅하우스만 원전 수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합의했습니다.

한수원은 웨스팅하우스로부터 체코를 포함해 중동, 중앙아시아, 동남아시아, 아프리카, 남미 등에서만 원전 수출이 가능한데, 세계원자력협회 집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계획된 원전은 38기로 전체 시장의 9.2%에 불과합니다. 반면 웨스팅하우스가 맡은 유럽과 북미 시장 규모는 2.7배 더 큽니다.


원전 수출 시장의 현실

세계원자력산업현황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년간(2004~2023년) 전 세계에서 새로 지어진 원전은 102기였지만, 폐쇄된 원전은 104기였습니다. 신규 원전 중 49기가 중국 원전이라 이를 제외하면 지난 20년간 51기가 순감한 셈입니다.

이러한 현실을 고려하면, 한수원이 확보한 시장은 더욱 제한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시장 자체가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진출할 수 있는 지역마저 제한된다는 점은 장기적으로 원전 산업의 경쟁력을 크게 약화시킬 수 있습니다.


산업부 장관의 입장과 논란

김정관 장관은 "체코 원전 관련해서 여러 가지 비판도 있지만 저희가 그때도 정상적인 계약이라고 말씀드렸다"며 계약의 정당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한수원-웨스팅하우스 계약은 값어치가 있으며, 국익을 긴 호흡에서 봐달라"고 당부했습니다.

장관은 이 계약이 체코 원전 수주를 위해 불가피했고, 장기적으로는 한국 원전 산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한수원은 후속 협상 과정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미국 진출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으며, 원전업계 관계자는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의 지식재산권을 갖고 있지만 시공 능력이 없어 미국뿐 아니라 유럽 등 다른 지역에 진출할 때도 한국과 협력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전문가들의 우려와 비판

하지만 전문가들과 시민단체의 우려는 깊습니다. 1조 원대 물품·용역 구매와 기술 사용료 지급, 북미·유럽 시장 진출 제한, 소형원전 수출 사전 점검 등 사실상 원전 수출을 포기하는 내용이 담겼다는 지적이 제기됐습니다.

특히 소형모듈원전(SMR) 수출에도 제약이 가해질 수 있다는 점은 미래 원전 산업의 핵심 분야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습니다. SMR은 차세대 원전 기술로 주목받는 분야인데, 이마저 웨스팅하우스의 검증을 받아야 한다면 기술 독립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한수원 사장은 8월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웨스팅하우스와 맺은 지식재산권 분쟁 종료 합의문에 한국의 원전 수출 시 1기당 조 단위 로열티를 향후 50년간 제공하는 조항이 포함됐다는 논란에 대해 "감내하고 이익을 남길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는?

이번 웨스팅하우스 계약 논란은 단순히 하나의 계약 문제를 넘어, 한국 원전 산업의 미래 방향성을 묻는 중요한 사안입니다. 체코 원전 수주라는 당면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장기적인 원전 수출 시장과 기술 독립성을 얼마나 희생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계약이 체코 수주를 위한 전략적 선택이었으며, 향후 웨스팅하우스와의 협력을 통해 미국 시장 진출 등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하지만 현재까지 공개된 내용만으로는 한국이 얻는 실익보다 제약이 더 크다는 평가가 우세합니다.

원전 산업은 국가 에너지 안보와 직결된 전략 산업입니다. 단기적인 수주 성과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인 기술 독립성과 시장 경쟁력 확보가 더욱 중요합니다. 정부는 계약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민과 전문가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입니다.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