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매물 부족 심화, 서울 주거 시장 비상
2025년 10월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 8674건으로 6개월 전 대비 15% 감소했습니다. 수도권 전체로는 1년 사이 전세 물량이 21% 급감하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강남, 송파, 마포, 용산 등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 전세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면서 주거 불안정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감소는 단순히 매물 수의 문제를 넘어 서울 주거 시장 전반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이사철만 되면 전세 매물이 쏟아졌지만, 이제는 계절과 관계없이 만성적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임차인들의 주거 선택권을 크게 제한하고 있으며, 전세 가격 상승으로 이어져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습니다.
전세 매물 급감의 3가지 핵심 원인
1. 신규 입주 물량 급감과 공급 절벽
2025년 서울과 수도권의 입주 물량 감소가 전세 매물 부족의 가장 큰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2025년부터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이 급속도로 감소하면서 새로운 전세 매물 유입이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공급 부족은 특히 수요가 높은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 지역에서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과거 재개발과 신규 분양이 활발했던 시기에는 입주 물량이 전세 시장의 중요한 공급원 역할을 했습니다. 신축 아파트 입주자들이 기존 거주지를 전세로 내놓으면서 자연스럽게 전세 매물이 증가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인허가 감소와 건축 규제 강화로 신규 착공이 크게 줄어들면서 향후 2~3년간 공급 절벽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는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단기간에 해소되기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2.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역효과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 시행으로 임차인들이 기존 전세를 연장하는 비율이 높아졌습니다. 2025년 7~8월 전국 신규 아파트 전세 계약은 전년 동기 대비 28.6% 감소한 반면, 갱신 계약은 23.7% 증가했습니다. 이는 새로운 전세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는 주요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차인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예상치 못한 부작용을 낳고 있습니다. 기존 임차인이 계약을 연장하면서 전세 매물 회전율이 크게 떨어진 것입니다. 특히 전셋값이 많이 오른 지역의 경우, 임차인들이 저렴한 기존 전세를 유지하기 위해 갱신을 선택하면서 신규 수요자들은 매물을 찾기 더욱 어려워졌습니다.
전월세상한제 역시 시장 왜곡을 초래하고 있습니다. 연 5% 이내로 전세 인상이 제한되면서 집주인들은 차라리 전세를 내놓지 않거나 월세로 전환하는 선택을 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특히 강남권과 같이 집값 상승폭이 큰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3. 6·27 대출규제와 월세 전환 가속화
6·27 대출 규제로 집주인의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세 매물이 더욱 줄어들고 있습니다. 전세 낀 매매와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봉쇄되자 전세 물량은 줄었지만, 전셋값은 올 들어 최고치로 치솟고 있습니다. 지난해 역전세·전세 사기 사태로 전세 기피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임대인들이 월세로 전환하는 경우도 증가하고 있습니다.
대출 규제는 전세 시장의 유동성을 크게 제약하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전세자금 대출을 활용한 전세 낀 매매가 활발했지만, 이제는 실거주 의무 강화로 이러한 거래가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이는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던 수요자들의 발목을 잡는 동시에, 전세 매물 공급도 위축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습니다.
월세 전환은 전세 시장 축소의 또 다른 요인입니다.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임대인들은 목돈을 받는 전세보다 안정적인 수익을 보장하는 월세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저금리 시대가 끝나고 금리가 상승하면서 전세보증금을 운용해 얻는 수익이 줄어든 것도 월세 전환을 부추기는 요인입니다.
지역별 전세 매물 현황
송파구: 1년 새 63% 급감
송파구의 전세 매물은 1년 사이 63% 급감하며 서울에서 가장 심각한 전세 부족 지역이 되었습니다. 잠실과 석촌호수 인근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는 높지만, 공급은 턱없이 부족한 상황입니다.
송파구는 교육환경과 생활 인프라가 우수해 신혼부부와 자녀 교육을 중시하는 가구들의 선호도가 높습니다. 잠실 롯데월드타워와 석촌호수를 중심으로 한 프리미엄 주거지로서의 가치가 상승하면서 전세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지만, 매물은 오히려 줄어드는 역설적인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대형 평형 전세는 구하기가 거의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강남3구와 용산: 전세가율 30%대 진입
강남3구와 마용성 지역의 전세가율이 역대 최저 수준으로 하락하며 전세와 매매 가격 격차가 사상 최대로 벌어졌습니다. 강남구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2024년 23억 5747만원에서 2025년 3분기 29억 8034만원으로 6억 2287만원 상승해 22.8%의 상승률을 기록했습니다. 반면 전세 가격 상승폭은 이보다 낮아 전세가율이 급락한 것입니다.
강남구의 경우 전세가율이 30%대 초반까지 떨어지면서 전세 레버리지 효과가 크게 약화되었습니다. 매매가 30억원 아파트의 전세가 10억원 수준에 그치면서, 전세를 끼고 집을 사려던 실수요자들은 자금 마련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이는 결과적으로 전세 수요를 더욱 증가시키는 악순환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용산구와 마포구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남동, 이촌동, 마포 래미안푸르지오 등 인기 단지의 전세 매물은 나오는 즉시 계약이 체결되는 상황입니다. 이 지역들은 도심 접근성과 한강 조망권 등 입지적 강점으로 인해 전세 수요가 꾸준히 높지만, 공급은 극히 제한적입니다.
서울 외곽 지역도 예외 없음
9월 말 기준 서울 25개 자치구 가운데 19곳에서 전세 매물이 줄었고, 이 중 12곳은 1년 만에 전세 재고가 대폭 감소했습니다. 은평, 노원 등 전통적으로 전세 물량이 풍부했던 외곽 지역도 매물 부족 현상을 겪고 있습니다.
은평구와 노원구는 서울의 대표적인 중산층 주거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전세 매물이 많았던 곳입니다. 그러나 최근 이들 지역도 전세 매물이 급감하면서 강남권에서 밀려난 수요자들마저 전세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습니다. 특히 지하철역 인근이나 대단지 아파트의 경우 매물이 나오면 경쟁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강서구와 양천구 등 서남권 지역도 전세 매물 감소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목동과 발산 등 학군이 좋은 지역은 수요 대비 공급이 크게 부족한 실정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서울 전역으로 확산되면서 '전세 난민' 발생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세 시장의 구조적 변화와 임차인 대응 전략
전세 사기 사태 이후 월세 선호 현상이 강해지고 수도권 공급 물량도 급감하면서 전세 시장이 구조적으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2%대로 진입하면서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이 더욱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입주 물량과 수요자의 자금력 격차가 전세 시장의 지형을 갈라놓으면서 지역 간 양극화도 심화되고 있습니다. 강남권은 매물 부족으로 전세 계약이 어려운 반면, 일부 외곽 지역은 수요 감소로 공실이 발생하는 이중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임차인들은 보다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희망 지역을 확대하고 입지 조건에서 일부 양보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둘째,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합니다. 셋째, 비수기를 활용한 계약 시기 조정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넷째, 공공 임대주택 청약을 병행하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2025년 하반기 전망과 정책 대응 방안
2025년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 전셋값은 공급 부족의 영향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가을 이사철을 앞두고 '전세 대란'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향후 1~2년간 전세 매물 부족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전세 매물 급감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서울 및 수도권의 신규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합니다. 특히 중소형 평형 위주의 공급이 시급합니다. 3기 신도시 개발을 가속화하고, 역세권과 준공업지역 개발을 통해 도심 내 주택 공급을 늘려야 합니다.
둘째, 과도한 규제로 인한 전세 시장의 왜곡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계약갱신청구권과 전월세상한제의 부작용을 보완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전세 시장의 유동성을 회복시키기 위한 대출 규제 완화도 선별적으로 검토되어야 합니다.
셋째, 공공 임대주택 공급을 늘려 서민층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신혼부부와 청년층을 위한 장기 공공임대 물량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행복주택과 통합공공임대 등 다양한 유형의 공공주택을 적극 공급해야 합니다.
넷째, 월세 시장의 투명성을 높이고 임차인 보호를 강화해야 합니다. 전세에서 월세로의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월세 임차인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합니다.
전세 매물 부족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시민들의 주거 안정성과 직결된 심각한 사회 문제입니다. 정부와 지자체의 신속하고 효과적인 정책 대응이 절실한 시점입니다. 시장 원리에만 맡겨둘 경우 주거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 있으므로, 적극적인 정책 개입과 함께 장기적인 주택 공급 로드맵 마련이 시급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