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에 집중되는 전세대출
최근 한국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말 기준 전세대출 잔액의 65.2%가 소득 상위 30% 고소득층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21년 1분기 61.2%에서 지속적으로 상승한 수치로, 전세대출 제도가 애초 취지와 달리 고소득층 중심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같은 기간 소득 하위 30% 저소득층의 전세대출 잔액 비중은 9.1%에서 7.6%로 오히려 감소했습니다. 무주택 서민들이 주거비 마련을 위해 전세대출을 주로 이용한다는 기존 인식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전세대출 쏠림 현상의 원인
전세 보증금 급등의 영향
2021년 이후 주택 가격 상승과 함께 전세 보증금이 가파르게 상승했습니다. 일반적으로 고소득층의 전세 보증금 절댓값이 크기 때문에, 전세가격 상승기에 이들의 대출 잔액 역시 큰 폭으로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대출 심사의 구조적 문제
금융기관들은 안정적인 소득과 높은 상환 능력을 갖춘 고소득층을 우선적으로 대출 대상으로 선호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반면 저소득층은 버팀목 전세대출 한도 축소 등 정책 변화로 대출 접근성이 더욱 낮아졌습니다.
갭투자 활용
일부 고소득층은 대출 규제 강화 이전 갭투자를 통해 수도권 핵심지역에 주택을 매입한 후, 전세대출을 받아 다른 지역에서 세입자로 거주하는 방식을 활용해왔습니다. 이러한 투자 전략이 고소득층의 전세대출 비중을 높이는 한 요인으로 작용했습니다.
서민들의 월세 부담 가중
전세의 월세화 가속
서울 임대차 시장에서 월세 비중은 2021년 44.7%에서 2025년 5월 63.9%로 급증했습니다. 전세 매물이 줄어들면서 서민들이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주요 지역의 월세 현황을 보면, 강남구 삼성동 아파트 전용 84㎡가 보증금 5천만원에 월세 470만원에 계약되는 등 월세 부담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마포구 창천동의 경우 1년 사이 같은 평형에서 월세가 240만원에서 280만원으로 40만원이나 올랐습니다.
청년·신혼부부의 주거 불안
서울 주요 대학가 원룸 월세는 평균 68만원에 달하며, 관리비를 포함하면 90만원에 이릅니다. 청년들과 신혼부부들은 높은 월세 부담으로 인해 주거 안정을 확보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정부 및 지자체의 대응 방안
2025년 전세대출 제도 개편
정부는 2025년 7월부터 전세대출에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를 적용하고 있습니다. 보증비율도 수도권·규제지역에서 90%에서 80%로 축소되었습니다. 소득 기반 심사가 강화되면서 연소득 대비 연간 이자 총액이 40%를 넘으면 승인이 어려워졌습니다.
한편 서민 지원을 위해 버팀목 전세대출의 소득 기준은 월 소득 500만원에서 700만원으로 완화되었고, 수도권 한도는 최대 5억원, 지방은 3억원으로 상향 조정되었습니다.
청년 월세 지원 확대
서울시는 2025년 청년월세지원 사업을 통해 만 19~39세 청년 1만 5천명에게 월 최대 20만원씩 12개월간 지원하고 있습니다. 기준중위소득 150% 이하이며 임차보증금 8천만원 이하, 월세 60만원 이하 건물에 거주하는 무주택 청년이 대상입니다.
정부의 청년월세 한시 특별지원 사업도 2025년 2월까지 신청받아 최대 240만원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만 19~34세 무주택 청년으로 청약통장 가입자라면 신청 가능합니다.
주거 안정을 위한 제언
소득 계층별 차등 지원 강화
전세대출 제도는 소득 수준에 따라 차등화된 지원이 필요합니다. 고소득층에 대한 대출 조건을 강화하는 동시에, 저소득층의 접근성을 높이는 정책적 배려가 요구됩니다.
월세 지원 정책 확대
월세로 내몰린 서민들을 위해 월세 지원 정책을 더욱 확대해야 합니다. 지원 대상의 범위를 넓히고 지원 금액을 현실화하여 실질적인 주거비 부담 완화가 이루어져야 합니다.
공공임대주택 공급 확대
장기적으로는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대폭 늘려 저소득층과 청년들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는 주택을 확보해야 합니다. 서울시는 반지하 거주가구 이주 지원, 신혼부부 매입임대주택 공급 등을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마치며
전세대출의 고소득층 쏠림 현상과 서민들의 월세 위기는 우리 사회가 함께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입니다. 정부와 지자체는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하고, 무주택 서민과 청년들이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주거는 단순한 생활공간을 넘어 삶의 질을 결정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모든 국민이 안전하고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