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정책실장, 신중한 협상 자세 견지
협상 진행 상황과 핵심 쟁점
2025년 10월 24일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미국과의 관세협상 추가 논의를 마치고 귀국하며 중요한 입장을 밝혔습니다. 김 실장은 "핵심 쟁점에 대해선 양국 입장이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다"며 "갈 길은 먼 상황"이라고 현재 협상 상황을 설명했습니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과 약 2시간 동안 협의한 후 그는 "협상이라는 건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며 막바지 단계가 아님을 분명히 했습니다.
한미 양국 간 마지막 남은 쟁점은 3,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패키지와 관련된 사항입니다. 구체적으로는 현금 투자 비중과 분할 납부 기간, 그리고 수익 배분 비율이 핵심 논의 사항입니다. 한국 정부는 연간 150억~200억 달러 수준의 현금 투자를 제시했지만, 미국은 연 200억 달러 이상을 요구하며 분할 투자 기간 단축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양국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한국은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최소화하면서도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고자 하며, 미국은 트럼프 행정부의 공약인 제조업 일자리 창출을 위해 더 빠르고 큰 규모의 투자를 원하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앞둔 협상 전망
김용범 실장은 10월 31일 경주에서 개막하는 APEC 정상회의 전 관세협상 타결에 대해 신중한 전망을 내놨습니다. "추가로 대면 협상을 할 시간은 없다"며 "APEC을 계기로 타결을 기대한다면 갈 길이 멀다"고 시한 내 타결의 어려움을 시사했습니다. 그러나 김 실장은 "마지막에 가장 중요한 한두 가지에 끝까지 대립하는 형국이고, 이 역시 협상의 전형적인 모습"이라며 "협상이라는 것이 막판에 급진전되기도 하기 때문에 끝까지 노력하겠다"고 가능성을 열어두었습니다.
정부는 부분 합의가 아닌 모든 사안을 포함한 패키지 딜 형태로 타결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관세 면제뿐만 아니라 원자력협정 개정과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 등이 막판 주요 쟁점으로 다뤄질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의 우라늄 농축 능력 확대와 관련된 민감한 사안으로, 양국 간 신뢰와 안보 협력의 수준을 보여주는 상징적 의미가 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전략과 비전
CNN 인터뷰를 통한 입장 표명
이재명 대통령은 CNN과의 단독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협상과 북미 관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밝혔습니다. APEC을 계기로 한미 통상협상 타결 가능성에 대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습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결국은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우리는 동맹이고 우리 모두 상식과 합리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낙관적 전망을 덧붙였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한미 동맹의 강고함을 재확인하면서도 협상의 복잡성을 인정하는 균형 잡힌 시각을 보여줍니다. 이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와의 협상에서 압박에 굴하지 않으면서도 합리적 해결책을 모색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했습니다.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현실적 평가
이재명 대통령은 APEC을 계기로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솔직하게 답했습니다. 이는 현재 북미 간 대화 채널이 원활하지 않고, 양측 모두 정상회담을 위한 사전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는 현실적 판단에 기반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나 이 대통령은 "이번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혹여라도 북미가 전격적으로 만날 수 있다면 전적으로 환영하고 적극적으로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혀, 북미 대화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적극적 중재 의지를 표명했습니다. 이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입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에 대한 메시지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세계 평화를 이루길 원한다고 생각한다"며 "제가 트럼프 대통령에게 피스메이커 역할을 맡아 달라고 청한 이유"라고 설명했습니다. 이러한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존심을 세워주면서도 북미 대화 재개를 위한 미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하는 전략적 외교 화법입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묻는 질문에는 "상대를 만나 대화하는 것이 많은 문제를 해결하는 출발점이 될 것"이라고 답해 북미 대화 재개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북한에 대한 직접적 압박보다는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이라는 원칙적 입장을 재확인한 것입니다.
협상 타결을 위한 핵심 과제
대미 투자 방식의 합리적 조율
양국 간 입장 차가 상당 부분 좁혀졌지만 여전히 중요한 쟁점들이 남아 있습니다. 대미 투자의 현금 비중을 높이라는 미국의 요구와 기업들의 투자 부담을 고려해야 하는 한국 정부의 고민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것이 관건입니다. 정부는 민간 기업들과 긴밀히 협의하며 실현 가능한 투자 계획을 수립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재무부와 한국은행 간 원화 중심 통화 스와프를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는 대규모 달러 투자로 인한 한국 외환시장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입니다. 통화 스와프 체결은 양국 간 경제 협력의 새로운 차원을 여는 동시에 한국 경제의 안정성을 높이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됩니다.
원자력협정과 농산물 시장 개방
원자력협정 개정은 한국의 원자력 산업 발전과 에너지 안보에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한국은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를 요구하고 있으며, 이는 한미 동맹의 신뢰 수준을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가 될 것입니다.
농산물 시장 추가 개방은 국내 농민들의 우려와 미국의 요구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입니다. 정부는 민감 품목에 대한 보호 장치를 마련하면서도 미국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향후 전망과 한국의 전략
한미 양국은 10월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최종 조율에 나서고 있습니다. APEC 정상회의가 양국 관계의 중요한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국내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김용범 실장의 신중한 협상 자세와 이재명 대통령의 합리적 해결 의지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부의 협상 전략을 보여줍니다.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낮게 평가하면서도 성사될 경우 적극 지원하겠다는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한반도 평화를 위한 한국의 중재자 역할을 명확히 했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CNN 인터뷰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지 않으면서도 한국의 입장을 명확히 전달하는 신중한 외교 전략의 모범을 보여주었습니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한미 관계와 북미 관계 모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시점입니다. 한국 정부는 협상 타결을 서두르기보다는 국익에 부합하는 합리적 결과를 도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으며, 이러한 신중한 접근이 장기적으로 한미 관계 발전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