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7년 만에 최저 순위, 트럼프 관세 정책 직격탄
2025년 1~7월 기준 한국이 미국 수입국 순위에서 10위로 밀려나면서 1988년 이후 37년 만에 최저 순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고율 관세 정책이 철강과 자동차 등 한국의 주력 수출 품목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한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됩니다.
한국무역협회가 미국 상무부 통계를 분석한 결과, 같은 기간 한국은 전년도 7위에서 3계단 하락한 10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의 전체 수입액 중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3.7%(약 756억 달러)로, 지난해 4.0%에서 0.3%포인트 감소했습니다. 2009년부터 꾸준히 유지해온 6~7위 자리를 지키지 못한 것입니다.
미국 수입시장 순위 변동 현황
2025년 1~7월 미국의 10대 수입국 순위는 멕시코(15.0%), 캐나다(11.2%), 중국(9.4%), 베트남(5.2%), 대만(4.9%), 아일랜드(4.6%), 독일(4.5%), 일본(4.2%), 스위스(4.2%), 한국(3.7%) 순으로 집계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대만의 약진입니다. 대만은 지난해 7위(3.6%)에서 올해 5위(4.9%)로 두 계단 상승하며 수입액 비중이 1.3%포인트 증가했습니다. 한국을 포함해 아일랜드와 스위스도 순위가 상승하면서 전체적인 순위 재편이 이루어졌습니다.
관세 직격탄 맞은 한국의 주력 수출품
한국 순위 하락의 핵심 원인은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입니다. 철강, 자동차, 자동차부품, 일반기계 등 한국의 주요 수출품이 직간접적으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이 되면서 큰 타격을 받았습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최신 무역 통계에 따르면, 2025년 8월 기준 철강은 32.1%, 자동차는 3.5%, 자동차부품은 14.4%, 일반기계는 12.7% 각각 대미 수출이 감소했습니다. 특히 철강 부문의 타격이 가장 컸으며, 관련 파생상품까지 50% 관세가 부과되면서 수출 감소폭이 더욱 커졌습니다.
자동차 산업도 전략 변화를 겪고 있습니다. 고율 관세를 피하기 위해 미국 시장 내 국산 전기차 수출 물량을 줄이고 현지 생산 물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기적으로 한국의 대미 수출액 감소로 이어지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대만 약진의 비밀, 반도체 파운드리
대만이 한국을 제치고 5위로 급상승한 배경에는 반도체 산업이 있습니다. 대만은 트럼프 행정부와 무역 합의가 완료되지 않아 20%의 상호 관세를 임시로 부과받고 있지만,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는 별도의 품목 관세 부과 대상이기 때문에 아직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지 않고 있습니다.
TSMC를 비롯한 대만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들은 글로벌 AI 수요 증가와 맞물려 미국 시장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력을 바탕으로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주문이 급증하면서 대만의 대미 수출이 크게 늘어난 것입니다.
일본도 5위→8위로 하락
한국과 무역 구조가 유사한 일본 역시 비슷한 상황에 직면했습니다. 일본은 지난해 5위에서 올해 8위로 3계단 하락하며 미국 수입시장에서 순위가 크게 떨어졌습니다. 일본 역시 자동차와 기계류가 주력 수출품인 만큼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됩니다.
이는 동아시아 제조업 중심 국가들이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정책에 취약한 구조를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특히 자동차, 철강, 기계 등 전통 제조업 비중이 높은 국가일수록 관세 정책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대응 전략과 향후 전망
산업통상자원부 박정성 무역투자실장은 "미국 수출 품목별로 본다면 관세 영향이 여실하다"며 "철강 쪽에서도 파생상품의 경우 철강 부가가치만큼 50% 관세를 맞는 품목이 있어 기계 품목의 수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러한 위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다각도의 전략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첫째, 미국 정부와의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 완화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둘째, 현지 생산을 확대해 관세 부담을 줄이는 전략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셋째, 유럽연합(EU)과 동남아시아 등 다른 수출 시장을 개척해 미국 의존도를 낮추는 수출 다각화에 힘쓰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바이오 등 첨단 산업 분야에서의 경쟁력 강화가 중요해지고 있습니다. 대만의 사례에서 보듯이, 관세 정책의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첨단 기술 제품 중심으로 수출 구조를 전환하는 것이 장기적인 해법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의 미국 수입시장 순위 회복은 단기간에 이루어지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하지만 체계적인 대응 전략과 산업 구조 고도화를 통해 중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