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제재 뉴스를 보면서 "왜 처음엔 4조 얘기가 나왔다가 6000억으로 끝났지?"라는 의문이 드는 분들이 있을 겁니다. 단순히 숫자가 줄어든 게 아닙니다.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사이에 이례적인 일이 있었고, 그 과정이 앞으로 금융 제재 방식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금융감독원이 홍콩 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판매와 관련해 은행권 과징금을 6000억원 수준으로 낮췄습니다. 당초 최대 4조원까지 거론됐던 과징금이 수차례 논의를 거치며 대폭 감경되면서 은행권도 제재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됐습니다. Econmingle
처음부터 지금까지의 흐름, 금융위가 왜 이례적으로 제재안을 되돌려 보냈는지, 피해자들은 어떻게 됐는지 순서대로 정리했습니다.
홍콩 ELS 사태, 어떻게 시작됐나
ELS는 기초자산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 유지되면 약속된 수익을 주는 파생결합증권입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를 기초로 한 ELS가 국내에서 많이 팔렸는데, 2023년 말 H지수가 급락하면서 원금 손실이 대규모로 발생했습니다.
홍콩 ELS 사태는 2023년 말 홍콩H지수가 급락하면서 대규모 원금 손실이 발생한 사건입니다. 금융당국은 판매 과정에서 적합성 원칙 위반과 설명의무 소홀 등 불완전판매가 있었다고 판단해 제재 절차를 진행해 왔습니다. First News
문제는 판매 방식이었습니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고, 고령 투자자나 위험 성향이 낮은 고객에게도 판매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것이 불완전판매입니다.
과징금이 4조 → 2조 → 1.4조 → 6000억으로 줄어든 과정
금감원은 제재 검토 과정에서 과징금 규모를 여러 차례 조정해 왔습니다. 최초에는 약 4조원 규모의 과징금을 산정했으나 논의 과정에서 2조원 수준으로 낮췄고, 이후 지난 2월에는 약 1조4000억원 규모의 제재안을 의결해 금융위에 넘겼습니다. Newspim
처음부터 4조원이었다가 내부 검토 과정에서 2조원으로 낮아지고, 제재심 의결 결과 1조4000억원이 됐습니다. 여기까지는 금감원 내부 과정이었습니다.
그런데 금융위가 이걸 그대로 확정하지 않고 되돌려 보냈습니다.
8년 만의 이례적 반려 — 금융위가 왜 되돌려 보냈나
금융위는 지난달 정례회의에서 일부 사실관계와 적용 법령, 법리 검토가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해당 안건을 금감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을 반려한 것은 2018년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위반 관련 재감리 요구 이후 약 8년 만입니다. Newspim
8년 만에 처음 있는 반려. 표면적인 이유는 법리 검토가 부족하다는 것이었지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사실상 과징금이 너무 크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당시 금융권 안팎에서는 과징금 규모가 지나치게 클 경우 은행권의 자본 여력과 생산적·포용금융 확대 정책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습니다. Newspim
쉽게 말하면 이렇습니다. KB·신한·하나 등 5개 은행에 1조4000억원 과징금이 붙으면, 그 돈만큼 자기자본이 줄어들고 대출 여력도 줄어듭니다. 코스피 7000 시대, 경제 활성화가 화두인 시점에 은행들의 체력을 꺾는 결정을 내리기 어려웠던 것입니다.
과징금이 절반으로 줄어든 이유 — 위반 중대성 평가 하향
위반 행위의 중대성 평가도 기존 '중대함'에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낮아졌습니다. 제도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는 판단이 감경 폭을 키운 셈입니다. News1
과징금은 위반 행위의 동기, 방법, 중대성을 평가한 기준율을 바탕으로 계산됩니다. 이 평가가 '중대함'에서 '중대성이 약한 위반행위'로 내려가면 기준율이 낮아지고 과징금도 자동으로 줄어드는 구조입니다.
'제도 정착 과정에서 발생한 사안'이라는 표현이 중요합니다. 당시 ELS 판매 관련 규정이 완전히 정착되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위반이라는 점을 감안했다는 뜻입니다. 의도적 범죄가 아니라 제도 미성숙 속의 과실이라는 판단이 반영된 것입니다.
이번 재논의 과정에서는 은행권의 위반 동기와 방법에 대한 평가가 기존 중에서 하로 조정되면서 과징금 산정 기준율도 함께 낮아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은행이 자율배상을 한 것도 감경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피해자들에게 먼저 자율 배상에 나서고, 분쟁조정 결과를 수용한 점이 과징금 산정에 긍정적으로 반영된 것입니다.
지금 어떤 상태인가 — 금융위 최종 의결이 남았다
금융권에서는 이번 결정으로 대규모 제재에 따른 불확실성이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금융위 의결이 마무리되면 홍콩 ELS 불완전판매 사태를 둘러싼 제재 절차도 사실상 마침표를 찍게 될 전망입니다. KDI 경제교육·정보센터
금감원이 홍콩 ELS 과징금을 6000억원대로 축소했지만 아직 금융위 의결이 남아있습니다. 금융위 최종 판단 과정에서 은행별 과징금 규모와 추가 감경 여부가 후속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입니다. First News
6000억원도 아직 최종은 아닙니다. 금융위 의결이 남아 있고, 거기서 추가 감경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만 금감원이 수개월간 법리 검토를 거쳐 도출한 결론인 만큼 큰 변동 없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입니다.
피해자 입장에서 이 결정은 어떤 의미인가
과징금이 줄었다는 것은 피해자에게 돌아오는 배상이 줄었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징금은 정부에 내는 벌금이고, 피해자 배상은 별도 절차입니다.
이미 은행들은 자율 배상을 진행했습니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권고 기준에 따라 손실의 20~40%를 배상하는 방식이었는데, 대부분의 은행이 이를 수용했습니다. 이 배상 결과는 과징금 감경과 무관하게 이미 집행됐거나 진행 중입니다.
아직 배상을 받지 못한 피해자라면 금감원 금융소비자보호처(☎1332)를 통해 분쟁조정 접수 상태를 확인하거나, 은행 고객센터를 통해 자율 배상 처리 여부를 직접 문의하는 것이 방법입니다.
앞으로 달라지는 것 — 금융 제재의 구조 변화 신호
이번 사건은 금융 제재 체계에 대한 중요한 선례가 됐습니다. 몇 가지 변화가 예상됩니다.
은행권 관계자는 "사실관계와 법리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이 자율배상 등 고객 피해 회복을 위해 기울여 온 노력들이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습니다. First News
첫째, 자율 배상이 제재 감경 요소로 공식화될 가능성이 생겼습니다. 금융사 입장에서 피해자에게 먼저 배상에 나서면 과징금이 줄어들 수 있다는 선례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둘째, 금융위와 금감원의 역할 조정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겼습니다. 금융위가 금감원 제재안을 반려한 것 자체가 두 기관 사이의 기준 차이를 드러낸 것입니다. 과징금 산정 기준의 명확화와 두 기관 간 사전 조율 강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셋째, 앞으로 ELS나 파생결합 상품을 판매할 때 적합성 원칙과 설명의무를 더욱 철저히 이행해야 한다는 신호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제도 미성숙을 이유로 감경됐지만, 앞으로는 같은 이유가 통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